"나를 바르게 가다듬으면 세상 전체가 바르게 된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
- 《대학(大學)》 중에서"
“‘대학(大學)’의 가르침은 황제와 일반 백성들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바른 학문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집안이 바르게 됩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모범을 보이면 집안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배워 자연스럽게 바른 길로 나아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법과 형벌로 다스리는 게 아니라 임금이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모범을 보이면 백성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바른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결국 나를 바르게 하여 세상 전체를 바르게 하는 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 ‘대학(大學)’의 가르침입니다.”
주자가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송나라 효종황제에게 올린 글 중의 일부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라는 것은 다른 유학자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부분이 주자를 다른 유학자들과 구분되게 만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기만 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사물을 보고 성실하게 연구하는 것을 함께 해야 합니다. 사물을 탐구한다는 것은 세상의 바른 이치를 파악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의 사물이 있으면 반드시 그것에 바른 이치도 함께 있습니다. 바른 이치는 추상적인 것이기에 눈으로 확인하는 게 힘들지만, 사물은 모습이 있는 구체적인 것이기에 그것을 탐구하면 바른 이치를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물을 탐구하여 바른 이치를 깨닫고 그렇게 깨달은 것으로 다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면 세상에 그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적절하게 옳은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대학’의 가르침입니다.”
지난번에 이야기한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바른 이치를 깨달아 마음을 바르게 하라.(格物致知 誠意正心)”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진리를 깨우치라고 말한다.
맹자 이후 유학은 단순히 제사를 올리는 등 각종 예절에 매달리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만 보는’ 우매함에 빠진 것이다.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그저 옛것만을 유지하고 따르려고 했으니 사회 지도층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일반인들의 삶에도 다가서지 못했다. 일반인들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부처나 신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불교와 도교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마음을 평화롭게 유지하면 된다’는 말은 얼마나 달콤한 것인가. 사회 지도층은 힘으로, 법과 형벌로 사회를 유지하려고 했고, 일반인들은 그러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죽은 후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거나 현실을 외면하고 마음의 평화만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던 주자가 찾아낸 것이 바로 실생활과 추상적인 철학의 결합이었다. 그는 ‘마음의 공부(心學)’를 불교에서 가져왔고, ‘몸의 공부(氣)’를 도교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공자와 맹자의 학문을 그것에 연결시켰다. 주자의 학문을 이전의 것과 따로 구분하여 ‘주자학(朱子學)’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활 속의 예절을 우주창조와 연결시켰고,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을 개인적 행복 차원이 아니라 세상을 다스리는 원리로 끌어 올렸다. 형이상학의 이(理)와 형이하학의 기(氣)를 결합시켰다. 존재론과 방법론을 윤리학으로 묶었다.
그런데 시기에 따라 집중하는 게 달랐다. 젊었을 때에는 방법론, 성실한 연구(格物致知)를 강조했다. 그런데 나이가 든 이후에는 존재론, 우주창조의 원리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誠意正心) 것을 강조했다. 퇴계는 ‘늙은 주자’에, 율곡은 ‘젊은 주자’에 집중했다.
“나를 바르게 가다듬으면 세상 전체가 바르게 된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것에는 전혀 차이가 없으면서, 주자는 왜 젊었을 때와 늙었을 때 각각 강조한 것이 서로 달랐을까. 그리고 퇴계와 율곡은 왜 각각 집중한 것이 서로 달랐을까. 다음 편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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