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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단백질과 칼슘, 철분과 엽산 그리고 비타민 A,B,C가 풍부해서 환절기에 먹으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고 감기를 예방해 준다. |
한 장의 사진처럼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치자물빛 백열등 아래 온가족이 모여 앉은 저녁 밥상, 아이는 서툰 젓가락질로 국에서 뭔가를 건져낸다. 엄마 목소리가 높아져도 젓가락질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가 자신의 국에서 치열하게 건져낸 것은 바로 파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이 파를 싫어하는 것은 한결 같은 듯하다.
하지만 음식의 시원한 맛을 알아가는 나이가 되면 파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파는 필자가 무척 좋아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이맘때부터 한겨울 내내 파를 달고 산다고 할 정도로 많은 파를 먹는다. 파는 단백질과 칼슘, 철분과 엽산 그리고 비타민 A,B,C가 풍부해서 환절기에 먹으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고 감기를 예방해 준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챙겨먹는 파 요리로는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파절이가 있다. 대파의 뿌리를 잘라내고 잎도 1/3 정도만 남기고 자른다. 파를 세로로 들고 파의 중간까지만 칼집을 넣어 반으로 가른다. 가운데 단단한 심을 빼낸 후 파를 종이처럼 넓적하게 펼 친 후 한 쪽 끝에서 돌돌 말아서 눌러 잡고 가늘게 채를 썬다. 파가 실해지는 초겨울에는 서너 대만 썰어도 냉면그릇으로 수북하다. 여기에 참기름, 매실청, 깨소금을 넣고 고춧가루는 취향에 따라 조금 넣어준 후 젓가락으로 살살 무친다. 흔히 파절이는 고기와 먹지만, 해물요리나 끓는 물에 데쳐낸 두부와 먹어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파의 흰 부분만으로 파절이를 하는 데, 파의 흰 부분은 성질이 따뜻하지만 이파리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다.
파국 역시 별미 중 별미다. 멸치국물을 내서 육수를 마련하고 대파 흰 부분은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썰어놓고, 잎은 어슷어슷 썰어 준비한다. 손가락 길이의 파는 기름을 두르지 않고 달군 팬에 구워놓는다. 멸치 육수가 끓어오르면 풀어놓은 달걀을 넣어 익히고 썬 파도 넣는다. 이렇게 만든 파국을 삶아 낸 소면에 붓고 먹기 직전에 구운 파를 올려 섞어 먹으면 별미다.
파로 만든 음식을 이야기할 때, 파김치도 빠뜨릴 수 없다. 파김치는 담그기 쉽고 맛있다. 우선 잘 다듬은 쪽파의 물기를 뺀 후에 멸치액젓을 살살 뿌려서 절인다. 그릇을 기울여서 파뿌리 부분에 액젓이 더 몰리도록 해서 30분 정도를 절인다. 그 사이에 양념을 만드는데 고춧가루와 멸치액젓, 다시마물, 찹쌀풀, 매실청, 깨소금을 넣어 섞은 후 잠시 숙성을 시킨다. 파를 절일 때 쓴 액젓도 따라내서 양념에 섞는다. 쪽파를 가지런히 놓고 양념을 살살 바른 후에 한 번 먹을 만큼씩 이파리부분으로 파 허리를 감싸서 통에 담는다. 쪽파김치는 담은 후 이삼일 후부터 먹을 수 있고, 매운 맛이 싫다면 3주 정도 숙성시킨 후에 먹어도 좋다.
파의 매운 맛을 싫어한다면, 파를 익혀 먹으면 된다. 반으로 갈라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썬 대파를 끓는 물에 30초 정도 데쳐낸 후에 고춧가루, 멸치액젓, 매실청, 식초, 깨소금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무쳐도 맛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분들에게는 찬바람이 괴롭다. 특히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건강관리는 더 힘들다. 감기가 자꾸만 같이 살자고 꼬드길 때, 감기를 쫓아줄 ‘파 요리’ 많이 드시고 날마다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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