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농군들을 보며- 이 동 희 / 소설가
"농사도 결국 사업이다.
그러나 농의 정신 흙의 심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남락 씨는 작년 9월 영동 와인 축제에서 최고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그 작품이 샤토미소인 것이었다.
영동에서 개최된 축제이며 테스팅이라고는 하지만 서울와인아카데미 와인 전문가 한국와인협회 김준철 회장 등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회였다. 포도의 고장 와인트레인의 본거지 영동에서 가진 제2회 와인축제에서 1등 2등을 차지한 것이다.
그 후 안남락 씨와 샤토미소는 일약 유명해졌다. 그 여세를 몰아 상품화하였다. 스위트 드라이, 프리미엄 스위트로제 와인, 프리미엄 스위트 드라이, 값도 빵빵하게 매겼다. 공장을 확충하고 카페 홈페이지를 만들고 지인을 통한 택배 방문 등 소비전략으로 5천병 정도 소비하였다.
공장 제조장은 집이다. 매곡면 옥전리 825번지. 저장고 발효시설 숙성통 시음장… 능력이 닿는 대로 시설을 늘려 나가려 한다. 그동안 밖에서 겪은 경험들이 고향에서의 재기를 탄탄하게 하였다. 청주에 있다가 2000년도에 귀농을 하였다. 커텐 사업도 하고 음식점도 해 보고 장사를 여러 가지 해보았다. 그래서 유통에 여러 가지 노하우가 생긴 셈이다. 생산은 유통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다. 그 조절도 할 줄 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질이며 맛인데 어떠냐고 물었다.
“그것은 문제 없어요.”
그것을 지난 축제에서 평가 받기도 한 것이다. 자신이 있다고 하였다.
“어떤 제품과 겨뤄도 자신이 있어요. 맛을 보면 금방 아는 걸요.”
전문가는 그것을 안다고 했다.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나무통에 숙성을 하고 당도를 높여서 작은 구멍(필터)으로 브랜딩을 하는 과정 그리고 건포도 수준으로 수액이 많이 안 나오는 끌포도(끝포도 또는 두벌 포도) 와인 제작에 대해 설명한다. 다른 대량 공장시설에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몇 가지 제품을 거론하며 어떤 제품과도 겨룰 수 있고 질과 맛으로 승부를 건다고도 하였다.
“빛깔, 향 자체가 달라요.”
그러나 수작업을 하는 농가 와인의 한계가 있고 제약이 많다. 소비부터 벽에 부딪친다. 차츰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군에서 지원을 해 준다고 했다. 영동대에 위탁하여 교육을 시켜준다. 와인발효학과에서 격주로 목요일 초급반 심층반 교육을 한다. 충북마을기업 자금 얘기도 한다. 4천만원 정도.
“다른 것도 하지요?”
“뭐 이것 저것 하는 것은 많아요.”
된장도 만들고 그러기 위해 콩농사를 많이 짓는다. 포도 농사는 기본이고 감, 곶감도 많이 한다.
구름마을사람들 행사도 매달 한다. 1년에 한번 하는 풀쌈축제는 5월에 치렀고, 풀쌈을 먹는 행사를 매달 셋째 토요일 강진리 같은 장소에서 갖는다. 7월은 다슬기 잡기 8월은 복숭아 포도 수확 9월은 와인 만들기 10월은 표고버섯 따기와 차 만들기 11월은 곶감 만들기 등으로 이어진다. 풀쌈을 먹으며 구름마을사람들의 결속과 공동발전을 도모한다. 지난 달 6월 오디 산딸기 따기 행사에는 30명이 모였다. 영농법인 임원들 행사를 주최하는 회원 외에 매달 그 정도 모인다. 서로가 고객이 되어 전국의 영농정보를 공유한다.
앞에서 적자라고 했지만 사실 지금 현재의 수익이 얼마냐 따지는데 급급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며 어느 것이든 생산을 늘리고 소비를 늘려나가면 된다. 거기에 목표가 있다. 아직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농사이다. 밑이 가든 걸이 가든 해보는 것이다.
송남수씨는 여러 가지 차를 개발하여 내놓았다. 표고버섯차 감꽃차 감잎차 쑥차 홑잎차 뽕잎차 등 다양한 생활차를 브랜드로 상품화한 것이다. 표고버섯차는 수용성이 좋아 95%가 물에 녹아나므로 차로 마시기에 적합하고 5, 6회 우려 마실수 있다. 홑잎은 화살나무잎이다. 작설차와 같은 제다법으로 만든 대용차이다.
이재근 씨는 신탄리에 호두를 1만여 평 재배하고 있다. 3년이 넘어 곧 수확을 내다보고 있다. 김광열 씨는 월류봉 뒤편에 매실 농장을 조성하여 꿈을 키우고 있다.
투지가 대단하고 우선 그 규모가 보통이 아니다. 젊음과 집념 패기가 부러웠다. 농사도 결국 사업이다. 그러나 농의 정신 흙의 심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풀쌈을 먹으며 그런 얘기들을 밤을 밝혀 하고 따라주지 않는 농촌 현실에 열을 올린다.
그의 텃밭에는 풀이 가득 들어차 있다.
“꽃만 꽃이 아니고 잡초도 꽃이여. 풀도 꽃이여.”
누군가가 들려준 얘기이다. 그러나 잡초를 가꾸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을 하느라고 풀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땅 속에 든 돌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경우 다른 일-글을 쓰는 일-을 하는 것으로 자위하고 있는데 그것이 물론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의 의미를 찾는 것도 농사인지 모른다. 그래 귀경(歸耕)이라고 하였다.
옥수수 모종한 것이 한 길이나 자랐다. 들깨 모종을 한 것도 가뭄을 이기고 장마 속에서 무성하게 자랐다. 화부차 심은 것도 금년도 씨앗 할 정도는 되었다.
매실나무 심은 것이 너무 촘촘하여 열매를 따는 대로 몇 그루 베어내려고 하였는데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잘 드는 새 톱을 준비해 놓고 있다. 조카네 집에서 기계톱을 빌려다 쓱싹 베어버리고 싶기도 하다. 가죽나무도 하나는 베어내고 대추나무는 지지대를 해야 한다. 이제 열리기 시작하는 감나무들도 키가 너무 멀쑥하게 자라 감을 따는 대로 윗둥을 잘라버려야 하겠다. 감나무 옆에 붙어 있는 조선뽕나무는 가을에 잎이 다 떨어진 다음 옮겨 심을 것이다. 그것은 베어서는 안 되고 죽으면 죽고 캐서 옮기려 한다. 다른 개량종 뽕나무와 함께 두 가지 뽕잎을 따서 차도 만들고 오디도 시커멓게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풀쌈축제에서 뽕잎을 싸먹는 것도 배웠고 차도 만들어 보려 한다.
그의 농사란 그렇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해결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얘기하였더니 지인들이 그게 어디냐고 했다. 밥은 백성의 하늘이라고 이순신이 말하였다고 한다. 밥이 하늘이라면 푸성귀는 땅인지도 모른다.
8월 들어서면 늦지 않게 무 배추를 심어야 한다. 작년에 50포기 심었는데 금년에는 조금 더 심으려 한다. 무 총각무 갓도 좀 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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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7월 하순이면 노근리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한 위령제를 올린다. 금년에는 지난 해에 이어 사건현장인 노근리 쌍굴다리 옆에 새로 조성된 노근리평화공원 위령탑 앞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지난 7월 26일 거행된 제62주기 제14회 노근리사건희생자 합동위령제 식전행사인 상여놀이. 이날 ‘추억의 생활전시관’ 개관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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