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월간 제746호>
[4-H인의 필독서] 윤용인 ‘시가 있는 여행’

시와 함께하는 여행으로 얻은 치유와 위로

뜨겁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사람들은 덥다며 아우성이지만, 벼이삭에게는 꼭 필요한 에너지가 될 터이다.
8월의 폭염을 견디는 방법은 뭘까? 사람마다 다른 제안이 있겠지만, 나는 여행서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떠날 시간이 없을 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그대를 낯선 그곳으로 단번에 옮겨 줄 책은 바로 ‘시가 있는 여행’(윤용인 지음, 에르디아 펴냄)이다.
이 책에는 “한 손에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덧붙여 “희망, 사랑, 치유, 이야기가 담긴 감성여행”이라는 꼬리표로 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 ‘시가 있는 여행’은 마음을 쉬게 해주는 ‘마음 여행 책’이다.
이 책은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희망, 사랑, 가족, 추억, 치유, 나이듦 등의 테마에 맞춰 서른한 곳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물론 시와 함께다. 그리고 살아온 저자의 인생 이야기를 양념으로 곁들이고 있다.
사랑 때문에 그리고 혹은 사람 때문에 편치 않았던 나날의 이야기를 여행지와 시에 적절하게 버무려 솔직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맞아, 그랬어.’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며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여행지는 더운 심장처럼 펄떡이는 시장통에서부터 어떤 이들의 인생을 환하게 드러내 보이는 좁은 골목길, 그리고 아름다운 섬마을과 고즈넉한 산사 등 참으로 다양하다. 저자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감상은 때때로 무의식적으로 찾아오지만 여행자는 가끔 그 감상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여행을 잘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시집을 들고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좋다. 여행지에서 시집을 들었을 때 여행자는 시인이 된다.”
일상에서도 그렇다. 가끔은 감상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인위적일지라도 감상이 더해진다면 거칠고 메마른 삶이라도 부드럽고 유연해질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상처 난 가슴을 안고 떠났던 땅끝 마을 해남으로의 여행에서 저자는 이런 시를 읽는다.

“상처의 용수철 /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 상처의 용수철 /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 김승희 ‘솟구쳐 오르기2’ 일부

시인은 상처를 용수철이라고 한다. 눌린 만큼 튀어나가는 용수철. ‘솟구쳐 오르기2’라는 제목의 시를 안고 떠난 해남으로의 여행은 저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온전한 치유를 얻는다. 다시 책을 읽어보자.
“여행은 잠시 상처에서 벗어나, 상처에게 휴식을 주는 가장 좋은 치유의 시간이다.
내가 벗어난 곳에서 나는 나의 상처를 관조하고, 관조 속에서 모든 상처는 적나라해진다. 그 날 것의 상처를 직시하는 순간 꺼억꺼억 짐승의 통곡을 터뜨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일상에서 멀어진 공간에서 불가항력의 울음은 부끄러울 것도 없는 자기 치유의 과정이다.”
그러면서 상처의 끝을 보고 싶다면 땅끝 마을로 가라고 덧붙이고 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희망의 출발점일 수도 있으므로.
여행은 멀리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살고 있는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도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여행이 된다. 이 책에는 내가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는 동네, 바로 옆 동네가 소개되고 있다. 바로 ‘서울 종로구 낙산’이다. 저자는 낙산을 이렇게 소개했다.
“가난한 서민들이 낙타의 등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살았던 곳, 타이밍 한 알에 졸린 눈을 비비며 밤새 미싱을 돌리던 소녀들이 있던 곳. 그리고 지난 2006년 ‘낙산 공공 미술 프로젝트’라는 작업 덕분에 지금은 마을 전체가 미술관이 되어버린 곳. 그곳이 낙산이다.”
이화동에서 낙산공원까지 ‘낙산 예술길.’ 집에서 가까운 곳이다. 소문을 들어 잘 아는 곳이다. 너무 가까워서, ‘낙산’에 가본 적이 없었던 나. 책을 통해 낙산 골목의 담벽과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 집 외벽을 가득 채운 벽화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고재종 시인의 ‘파안’을 읽는다. 마지막 행이 마음에 남는다.
“허허허 / 허허허 / 큰 대접 받았네 그려!”
떠나고 싶으나 떠날 수 없는 나, 시와 여행이 어우러진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랬다. 푸짐하게, 큰 대접 받은 느낌이었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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