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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월간 제73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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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한국사 이야기] 호랑이를 물리친 용맹스러운 개 |
임진왜란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일본군의 어느 부대가 조선 호랑이를 사로잡았다. 한번 울면 산천초목이 벌벌 떤다는 어마어마하게 큰 호랑이였다.
일본군 병사들은 호랑이를 처음 보았다. 그래서 이 호랑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일본 본토에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보내기로 했다.
일본군 장수는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호랑이를 산 채로 본토에 보내야 한다. 호랑이 우리에 먹이로 개 한 마리씩을 넣어 주어라.”
일본군 병사들은 장수의 명령대로 호랑이 우리에 개를 넣어 주었다. 병사들은 하루에 한 마리씩 넣어 주는 것이 귀찮아서 어느 날에는 한 번에 세 마리를 넣어 주었다.
며칠 뒤, 호랑이 우리를 찾은 일본군 병사들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풍채와 위용을 자랑하던 호랑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앙상한 뼈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호랑이 먹이로 넣어 준 세 마리 개가 힘을 합하여 호랑이를 해치우고 오히려 잡아먹어 버린 것이다.
누렁이 호랑이를 물리치다
개가 호랑이를 물리친 이야기는 그 밖에 또 있다.
조선 시대 평안도 영변 땅에 곽태허라는 선비가 살았는데, 그는 병자호란 때 큰 공을 세운 장군 김무량의 사위였다. 마음이 어질고 어려운 사람들을 잘 도와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곽태허는 집에서 기르는 누렁이를 데리고 사냥을 떠났다. 그런데 산길을 걸어가다가 호랑이를 만난 것이다. 호랑이는 곽태허에게 덤벼들어 어깨를 물었다.
“으아악!”
곽태허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어깨에서는 검붉은 피가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었고,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때 주인이 당한 것을 본 누렁이는 호랑이에게 덤벼들었다. 호랑이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호랑이 불알을 물고 늘어졌다.
“어흐흐흥!”
호랑이는 너무 아파 길길이 날뛰었다. 호랑이는 누렁이를 떨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그러나 누렁이는 호랑이 불알을 물고 놓아 주지 않았다.
호랑이 발에 채여 살점이 뜯겨 나가고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용감한 누렁이는 끝까지 버텼다. 결국 호랑이는 지쳐 쓰러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제야 누렁이는 호랑이 몸에서 떨어져 주인에게 달려갔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주인의 상처를 혀로 핥았다.
“으으으…….”
곽태허는 한참 만에 눈을 떴다. 그러자 누렁이는 반가워 컹컹 짖었다.
“오, 네가 나를 구해 주었구나…….”
곽태허는 호랑이가 죽어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람과 똑같이 장례 치러
누렁이는 호랑이와 싸우다가 입은 상처가 깊어,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죽고 말았다.
곽태허는 목숨을 바쳐 자기를 구해 준 누렁이를 위해 사람과 똑같이 장례를 치러 주었다. 양지바른 곳을 골라서 누렁이를 정성껏 묻어 주고는 그 앞에 비석도 세웠다.
누렁이가 주인을 호랑이로부터 구해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이 무덤을 ‘의구총(의로운 개의 무덤)’이라고 부르며, 주인을 향한 누렁이의 의리와 충성을 기렸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이 있다.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잔인한 일을 저질렀을 때 사용한다.
그러나 누렁이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사람이 짐승으로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신현배 / 아동문학가, 시인〉
“임진왜란 때 진돗개들은 일본 배들이 쳐들어올 줄을 미리 알았다면서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어느 날 새벽이었다. 진도에 있는 개들이 일찍 깨어 일제히 바닷가를 향해 맹렬히 짖어대는 것이었다.
“아니, 갑자기 개들이 왜 저러지?”
마을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진도 앞바다로 무장을 한 일본 배들이 떼 지어 몰려온 것이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개들이 짖은 이유를 알고 진돗개를 ‘신견(神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진돗개는 삽살개, 풍산개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개로, 1938년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되었다. 원시 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기르던 개의 혈통이 진도에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런데 고려 때 몽골군의 개가 진도에 왔다가 길러졌다거나, 중국 남송의 무역선이 침몰할 때 배 안에 있던 개가 진도로 헤엄쳐 와서 살게 되었다는 등, 진돗개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깊고, 호랑이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용맹스러운 개다. 게다가 사냥도 잘하고, 어디에 있든 끝내 집으로 찾아오는 귀소 본능까지 뛰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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