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농부의 꿈
추 민 준 회원〈경남 창원 산호초등학교 6학년〉
나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는 다름 아닌 벼농사!
사실 작년엔 여름 방학이 되면서 열심히 가꾸던 벼재배화분을 학교에 두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탓에 나의 첫 벼농사를 실패하고 말았다.
처음 분양받아서는 맘 졸여 가며 정성껏 돌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벼한테 무관심해지기 시작했고 그런 벼와 나는 이별을 해야 했다.
벼도 하나의 생명체인데 죽인 죄책감과 미안함에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시 찾아온 이번 기회에 정성껏 벼를 가꾸어 벼화분재배콘테스트에서 꼭 입상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였다.
지난 5월말 4-H동아리 시간에 지난해처럼 볍씨와 벼재배화분, 그리고 영양분이 듬뿍 담긴 흙을 분양 받았다.
그리고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잘 자라라, 잘 자라라!” 주문을 외치고, 또‘올해엔 꼭 풍년이 들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며 한 톨 두 톨 정성스럽게 심었다.
그렇게 정성들여 심은 벼재배화분을 우리 반 교실로 가져가 햇빛이 잘 드는 명당자리에다 놓고 조심조심 물을 상한선까지 잘 채워주었다.
혹시 친구들이 장난을 치다 내 벼를 다치게 할까봐 긴장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주말이 지나고 벼가 어떻게 되었을까 무척이나 궁금해진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학교로 달려갔다.
그런데 벼도 내 정성을 알았을까?
헐레벌떡 교실에 들어서니 아주 조그마한 싹 셋이 나를 반겨 주었다.
주말 동안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예쁜 싹을 틔운 벼가 너무도 기특하였다.
이 조그만 생명체 하나가 나에게 이렇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다니!
그것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 순간은 모든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예쁘고 귀여운 새싹에게 푹 빠져들고 말았다.
아마도 식물은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는가 보다!
어느새 나의 정성을 먹고 쑥쑥 자란 벼는 키가 거의 10cm에 달한다.
벼를 보고 있노라면 문득 어머니 생각이 떠오른다. 어머니께서는 늘 말씀하셨다.
“열 달 뱃속에 있을 땐 빨리 너를 만나고 싶었고, 네가 이 세상에 나왔을 땐 빨리 자라서 유치원도 가고 학교도 갔으면 했단다” 하시며 나를 보고 웃으셨다.
그런데 지금의 내 마음이 꼭 그 때 엄마의 마음과 같다. 내 벼가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니 말이다.
이렇게 작은 벼 화분 하나를 키우면서도 이러니 농부들의 마음은 어떨까?
내가 매일 먹는 밥이 농부가 피땀 흘리며 김도 매주고 벌레도 잡고 물 관리도 잘해서 얻은 결과인데도 요즘 아이들은 밥보다도 빵이나 라면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열심히 땀 흘려 가며 농사지은 쌀을 우리가 안 먹는다면 농부들은 얼마나 속이 상할까?
그래서 선생님께서도 걱정을 하시며 우리 4-H동아리 학생들이 지·덕·노·체 네 팀이 나누어 학교 식당에서 캠페인을 벌이게 한 적이 있다.
‘아침밥을 꼭 먹자, 알맞게 받아 남기지 말자, 식사예절을 지키자’라는 슬로건 띠를 어깨에 두르고 봉사활동을 했다.
나는 그 활동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또 한편으로는 쌀을 많이 소비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하며 골똘히 생각한 적도 있었다.
사실 난 외가와 친가 친척들 중 시골에 사시는 분이 아무도 안 계셔서 농사일을 경험해 본 적도 물어볼 데도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벼농사에 관한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뒤져 가며 자료도 찾아보았다.
교실 창가에 가만히 앉아 있는 내 벼들은 이런 내 마음을 조금은 아는 것 같다. 매일 아침 벼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벼들은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이 작고 가느다란 몸을 살랑 살랑 흔들며 말한다.
“민준아, 넌 잘 할 수 있어!”,“네 꿈을 꼭 이룰 수 있어, 파이팅!” 하며 격려를 해 주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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