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5 격주간 제640호>
<학교4-H회 탐방>“우리 손으로 희망의 러브하우스 만들어드려요”

<매년 150분의 국화를 길러 전시회를 갖기도 하는 내촌중4-H회원들이 국화를 돌보고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중학교

“처음엔 재미도 없고, 선생님 손에 이끌려 억지로 했어요. 지금은 오히려 반대가 됐지요. 기껏해야 승용차 한 대 뿐이니, 같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내촌중학교4-H회 허영미 회장(3학년)은 보람된 일을 회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혼자 힘으로 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잘 도와준 덕분이라고 친구들에게 공을 돌린다.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굽이굽이 도로를 따라 30분 남짓 산골짜기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내촌중학교(교장 김경로 ·강원 홍천군 내촌면). 전교생 42명이 4-H회원으로 활동하는 내촌중4-H회는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그늘진 곳까지 천사의 마음을 담아 손을 내민다.

사랑을 지어드려요

내촌중4-H회원들은 일명 ‘천사’로 통한다. 이들 손을 거치면 쓰러져가던 집도 새 집으로 말끔히 새 단장을 하기 때문이다. 내촌면 답풍리에서 홀로 지내는 한 할머니의 집은 두 달 전만 해도 쾌쾌한 냄새에 다 쓰러져가는 폐가나 다름없었지만 이젠 몰라보게 달라졌다.
집 고치기 봉사에는 영농회원들도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도배는 학생회원들이 도맡아 하고, 시멘트 바르기나 돌담 쌓기, 삽질, 짐 운반 등 힘을 써야 하는 일은 영농회원들 몫으로 자연스럽게 나눠졌다.
“여러 봉사활동 가운데 미술 선생의 장점을 살려 집 고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농담 섞인 말을 던지는 이철수 교사. 영농회원들이 있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단다.
시골 한 구석 작은 학교에서 싹이 튼 정성스런 봉사활동은 무미건조했던 지역사회에 사람 냄새 나는 인정과 더불어 살아가는 여유를 불어넣었다. 이 교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던 주민들이 점차 봉사에 관심을 갖고, 너도 나도 앞장서는 모습을 볼 때면 기쁘다”는 이 교사는 각급기관이나 단체에서 도움이 줄을 잇는다고 자랑이다. 목재, 시멘트, 도배지 등 집을 새로 꾸미는데 필요한 자재는 지인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학교운영위원장의 추천으로 할머니와 인연을 맺게 됐으며, 한 달에 한번 주말과 일요일을 이용해 관내 자원봉사단체인 ‘홍천 따뜻한 세상 만들기’와 공동으로 사회복지 시설을 방문하기를 3년째이다.
내년에는 해외에도 눈을 돌려볼 작정이다. 교내 학생과 교사, 영농회원들의 헌옷가지를 모아 네팔 등 빈민국에 헌옷보내기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화 가꾸고 전시회도 가져

일주일 3시간 주어지는 재량활동시간을 이용해 이뤄지는 과제활동 역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20여평 되는 비닐하우스에는 대국, 소국 등 회원들이 정성스럽게 가꾸는 국화 150본이 자라고 있다. 이 과제작품들은 교내 축제인 ‘백우예술제’ 기간에 활동사진과 함께 교내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 앞에 선보이게 된다.
또한 채소밭을 일궈 재배한 상추와 배추는 양로원에 전달하고, 난을 가꾸어 만든 석부작은 장애우 시설에 배부하여 땀 흘린 보람을 함께 나누었다.
회원들을 가르칠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다는 이 교사는 농업기술센터나 농업고등학교에서 전문적인 원예 기술을 습득해 내년에는 체계적인 과제활동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4-H신문 게시판 관리

교내 복도에 일렬로 늘어선 게시판 가운데 4-H회원들 손으로 가꾸는 공간이 있으니, 4-H신문 게시판이 그곳이다. 한 달에 두 번씩 어김없이 찾아오는 4-H신문을 잘 펼쳐서 부착시키고, 다음 신문이 도착할 때마다 새 것으로 교체해 준다.
“4-H신문을 읽다보면 다른 지역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한눈에 훤히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이 교사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회원들이 알아서 척척 하기 때문에 한결 수월하다고.

4-H로 학부모 인식 바꿔

4-H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이 공부도 열심히 잘 한다는 이 교사는 아무리 작고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남들보다 한 발 먼저 행하는 자세가 모든 면에 투영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4-H활동은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생활지도에 많은 도움이 되고, 학생 본인에게는 인성 함양에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그는 어딜 가나 4-H를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더구나 문화적 혜택을 받기 힘든 농촌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살리고 넓은 안목을 갖는데 더없이 좋은 활동이 바로 4-H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 교사. 그의 이러한 애정이 학부모의 인식마저도 변화시켰는지도 모른다. 자식만큼은 농사짓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 말이다.
태어난지 3년을 바라보는 신생 조직 내촌중학교4-H회. 지금처럼 젊은 혈기만큼이나 왕성한 활동, 패기 넘치는 활동이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미니인터뷰

김 경 로 교장

“우리 학교 4-H회원들은 꾸준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누가 오더라도 다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김경로 교장은 회원들의 4-H활동에 자신감과 흐뭇함이 넘친다. 농사짓는 부모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학생들도 자연스레 흙을 가까이 하고 4-H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려울 때 돕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돼 학교 분위기가 더욱 밝고 환해졌다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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