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5 격주간 제640호>
<4-H교사 이·야·기> 가야금 선율에 실은 4-H 정신

정 형 숙

어릴 적 내 고향 동네어귀에는 설악산 울산바위 보다 더 크게 느껴지던 커다란 돌이 세워져 있었다. 그 돌 위에 새겨진 초록빛 네 잎 클로버에 또렷한 ‘4-H 지, 덕, 노, 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던 꼬마 아이였지만, 가난하고 초라한 시골 동네에서 보는 그 돌이 얼마나 커 보이던지 참 넉넉하고 정다워 보였던 기억이 난다.
내가 커서 교사가 되어 도시 지역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어느새 ‘4-H’ 는 내 기억 속에서 까마득하게 멀어져 가고 있었던 것 같다. 노진초등학교에 처음 발령을 받아 업무분장에서 ‘4-H’ 업무를 받는 순간 아련하게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동네어귀의 모습과 함께 막연한 향수 같은 것이었다.
머리(HEAD)·마음(HEART)·손(HANDS)·건강(HEALTH)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머리글자 네 개를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지(智)·덕(德)·노(勞)·체(體)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고, 국가의 장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4-H회를 통한 단체 활동으로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사회교육운동이라는 것을 교사가 된 지금에야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니 부끄럽지만 지금이라도 정확하게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반성한다.
우리 노진초등학교는 ‘4-H’ 활동을 주로 전통 문화 계승 사업의 일환으로 가야금 활동을 통해서 하고 있다. 물론 교내 꽃길 가꾸기 및 환경 정화 활동이나 취미 과제 활동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 뿐 아니라 멀리 수원, 오산 등 여러 유익한 사회단체에서 가야금부의 ‘4-H’ 봉사 활동을 원하고 있으니 시간만 허락하면 달려가 즐거운 마음으로 공연을 하라고 교장 선생님께서도 적극 추천을 하신다.
지난 10월 28일 토요일은 노는 토요일이었지만 우리 노진4-H회는 경기도 오산시 구봉산에서 열리는 제2회 화성시 자원봉사 박람회에 다녀왔다. 물론 외로우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요청에 의해 움직인 자리이지만 우리 4-H회원들의 병창을 듣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좋아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뵐 때마다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고 뿌듯한 보람 같은 것이 느껴져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달려온 피로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들의 해 맑은 웃음과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과 우리의 전통문화 가야금의 선율이 하나가 되어 울려 퍼질 때 그 현장이 바로 4-H이념이 생생하게 실현되는 현장인 것이다.
우리 지역인 장안면 면사무소에서 주최하는 경로잔치 공연도, 외국인 근로자 친선잔치도, 총 동문회의 축하공연도 모두가 우리 문화를 꽃 피울 수 있는 어울림 장이 될 뿐 아니라, 4-H 이념을 실천 할 수 있는 멋진 무대가 되어 보람과 긍지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
오늘도 시골의 조그마한 학교인 우리 노진초등학교에서는 4-H회원들이 연주하는 가야금의 선율이 아이들 동심의 목소리와 섞이어 머얼리 퍼져 나가고 있다.
 〈경기 화성 노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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