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1 격주간 제639호>
호가호위(狐假虎威)

- 남의 권세를 이용해 호기를 부림 -

여우라는 동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꾀 많고 교활해서 시세(時勢)를 잘 타는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이는 이솝우화나 동양의 고전 속에 등장하는 여우의 성격에서 잘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나무 위에 고기 덩이를 물고 있던 까마귀를 칭찬해서 노래를 부르게 해 떨어진 고기 덩이를 손에 넣는 여우 이야기 말이다.
여우와 관련된 고사 가운데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호가호위(狐假虎威)이다. 호가호위는 ‘여우가[狐] 호랑이의[虎] 위세를[危] 빌린다[假]’는 뜻으로, 실력도 없는 사람이 윗사람의 권세를 이용해서 허세와 세도를 부린다는 의미로 활용된다. 전한(前漢) 시대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의 ‘초책(楚策)’편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실려 있다.
초나라 선왕 밑에서 위나라 출신인 강을(江乙)이라는 변사가 벼슬을 하고 있었다. 당시 초나라는 세 집안의 세도가가 권력을 쥐고 있었는데, 그 중 소씨 가문의 소해휼이라는 사람이 그 핵심에 있었다. 강을은 소해휼의 전횡을 막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선왕이 신하들과의 회합에서 이렇게 질문을 했다. “북방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소해휼을 모두 두려워하고 있다는데, 사실이냐?”
소해휼이 두려워 모두 아무 말을 못했지만 강을이 나서 말문을 열었다.
- 호랑이는 온갖 짐승을 잡아먹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여우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꾀 많은 여우가 말하기를 “너는 감히 나를 잡아먹을 수 없다. 하느님께서 나를 온갖 짐승들의 우두머리를 시켜주셨는데, 지금 네가 나를 잡아먹는다면 하늘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다. 만약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너를 위해서 앞장서 갈 것이니 너는 나의 뒤를 따라오면서 짐승들이 날 보고 감히 달아나지 않는가를 보아라.”
호랑이는 여우의 당당한 말을 믿고 함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정말 짐승들이 보이자마자 모두 다 달아났습니다. 결국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기를 두려워해서 달아난 것인지 모르고 여우를 두려워해서 달아난 것으로 여긴 것입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오천 리나 되는 넓은 영토와 백만 대군을 소해휼에게 모두 맡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나라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대왕의 군사들을 두려워하는 것이지, 소해휼이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마치 온갖 짐승들이 호랑이를 두려워하듯이 말입니다.” -
결국 초선왕은 소해휼이 자신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리는 교활한 여우같은 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호랑이 같은 임금이 되고 만 것이다. 배경만을 믿고 거만하고 무례한 행동으로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힘은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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