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5 격주간 제865호>
[지도자 기고문] 단풍(丹楓)을 알자
이 용 정 전남4-H본부 사무처장

지금 전라남북도, 제주도 등 남부 지방은 그야말로 단풍의 계절이다. 각종 모임이나 기관 단체별로 휴일을 이용해 인근 산으로 단풍구경을 간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풍이 어떻게 드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할 것이다. 필자도 1970년대 초 학창시절 생물학 시간에 잠깐 배운 적이 있지만 자세히는 모른 채 여태껏 살아왔다. 4-H회원을 육성하는 단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따라서 4-H지도자들만큼은 단풍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단풍이 드는 이유와 원인, 곱게 단풍이 드는 곳, 시기 등을 책자와 인터넷을 검색하여 4-H신문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단풍은 기후가 변함에 따라 잎 색깔이 초록색에서 붉은색, 갈색 또는 노란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다양한 색깔이 나타나는 것은 잎 속에 존재하는 색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을이 돼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는 건조한 기후와 추위에 견디기 위해 잎자루에 떨켜(이층)를 만들어 잎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탄수화물이나 아미노산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에 축적돼 색소로 변하면서 색깔이 나타난다.
붉은 잎은 녹색을 띠는 클로로필 색소가 분해되어 붉은색 색소인 안토시안이 형성되면서 생긴다. 노란 잎은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의해 나타난다. 카로티노이드 색소는 봄에 클로로필과 함께 만들어져 잎 속에 들어있지만 그 양이 적어 녹색에 가려있다가 가을에 클로로필이 분해되면 노란색을 나타내게 된다. 갈색 잎은 탄닌성 물질에 의해서 나타난다.
가을이 되어 기온이 0℃ 부근으로 떨어지면 나무는 엽록소의 생산을 중지하고 잎 안에 안토시아닌을 형성하여 붉은색으로 변한다. 안토시아닌 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나무들은 비교적 안정성이 있는 노란색과 동색의 카로틴 및 크산토필 색소를 나타내게 되어 투명한 노란색의 잎으로 변한다. 또한 붉은색의 안토시아닌과 노란색의 카로틴이 혼합되면 화려한 주홍색이 되는데 이것은 단풍나무류에서 볼 수 있다.
단풍의 색깔은 동일 수종이라도 가용성 탄수화물의 양의 차이 때문에 개체 변이가 심하게 나타난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기 위해서는 날씨가 건조해야 하며 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날씨가 차가워야 한다. 아름다운 단풍은 낙엽 수종이 주로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단풍을 만드는 나무의 종류가 많아서 가을이 되면 글자 그대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변한다.
단풍을 만드는 수종으로는 단풍나무, 당단풍나무, 신나무, 복자기 나무 등 단풍나무속에 속하는 종류와 붉나무, 옻나무, 빗살나무, 화살나무, 담쟁이넝쿨, 감나무, 사시나무, 자작나무, 백합나무, 피나무류, 참나무류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풍으로 이름난 곳으로는 설악산, 내장산, 가지산, 지리산, 북한산 등이 있다.
단풍은 평지보다 산에서,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 햇볕이 적게 드는 음지보다는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더 붉고 아름답게 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북쪽에 있는 설악산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 남쪽의 무등산, 한라산으로 내려온다. 설악산이 10월 19일, 지리산은 10월 24일, 계룡산은 10월 30일, 무등산은 11월 5일, 내장산은 11월 8일경이 단풍의 절정기라고 한다.
인생을 계절에 비교해 볼 때 우리 4-H지도자는 가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루어 놓은 업적이 화려할 수도 있고 어지간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을 든든함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가을의 나무가 단풍을 내는 것은 철저하게 다음 해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4-H지도자가 지금 품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4-H지도자가 반듯하게 서서 다음 세대를 위해 스스로의 화려한 것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4-H후배들에게 화려하고 든든하며 반듯한 단풍나무가 되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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