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1 격주간 제864호>
[시 론] 청년에게 귀농과 귀촌을 말하다

"지역에서 이미 자리잡고 있는 전국의 청년4-H회원들이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가 청년 귀농인과 어떻게 손잡고 무엇을 해나갈지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김 귀 영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귀농귀촌종합센터 센터장)

지난 6월 29일 발표된 통계청의 귀농귀촌 통계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귀농을 한 가구는 1만2875가구, 귀촌은 32만2508가구였다. 가구가 그렇다는 것이고 사람 수로 말하면 귀농귀촌 50만 시대를 열었다. 본 고에서는 이중에도 특별히 청년의 귀농과 귀촌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지난 몇 년간 농촌을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귀촌의 경우는 2030세대가 전체 귀촌인구의 45%를 차지한다. 귀농은 작년 한 해만 1만2875가구가 실행하였는데 그 중 10.3%가 2030세대였다.
이 통계를 보고 청년들이 도시보다는 농촌 생활이 더 좋아서 선택했다고 분석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청년 실업, 저성장에 따른 고용불안, 여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관 정립 등 복합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전체 농가 중 청년농가 비중이 고작 1.1%인 한국농가구조에서 도시 청년 중 귀농을 통해 청년농업인이 되는 가구가 1년에 1300가구가 넘는다는 사실은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청년귀농가구는 가족 동반을 통해 농촌지역의 보육과 교육시설의 지속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데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30대 귀농을 하면 적어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3~40년 이상 농업을 지속할 농업인을 확보하는 것이니 농업계로서는 큰 힘이 되는 귀한 존재들이다.
귀촌은 그저 거주지만 농촌으로 옮긴 것이지 농업을 하지 않으니 농업계가 지원하고 육성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귀촌한 사람들 중 5년 이내 농업을 겸하게 되는 비율이 29.1%(2016 귀농귀촌실태조사 결과, 갤럽)나 되기에 농업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차기 농업인구를 확보하는데 귀촌인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농촌에 농업하는 사람만 있으면 절대 살 수 없다. 앞서 말한 보육, 교육, 복지, 문화, 예술, 건축, 기계, 기타 다양한 자영업들이 존재해야 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청년들이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농촌마을에 사라져가던 보육시설이 유지되고 폐교 위기에 처했던 작은 학교도 살아남는다. 이미용 시설이나 식당, 특히 자장면집(농촌에서 일철에 식사를 제공해주는 큰 역할)도 영업이 되지 않아 하나둘 없어지면서 그야말로 농촌은 사람이 살기에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었는데 청년 귀촌인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카페도 열고, 식당도 법인이나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을 하여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도 한다.
작은 농촌마을에 마을도서관이 생기고, 아이들이 모이고 그들의 부모가 모이고, 강좌가 개설되고 영화도 함께 보고, 1년에 몇 번쯤은 문화공연도 개최하면서 농촌의 작은 마을에 살면서 자칫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던 문화 예술을 접한다. 그러면서 치유농업을 접목한 돌봄서비스, 치유마을과 같이 농업을 접목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서비스가 탄생한다.
청년들의 귀농귀촌 증가는 귀농 붐이 일던 초창기 생계형 귀농에서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발전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크고 작은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자칫 언론이 부풀려 놓은 1억 농부 대박의 꿈으로만 귀농귀촌을 접근할 때 농지를 확보할 자금을 축적하지 못한 청년들이 농업과 농촌에서 찾으려는 꿈을 자본이 없어 쉽게 포기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농업을 통해 새로운 소득의 가능성을 찾는 일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너무나도 귀중한 일이지만 그것만을 목표로 삶는 청년이기보다는 농업과 농촌이 보유한 공익적 가치, 함께 일하고 가꾼다는 농산업의 속성을 통해 농촌마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공감하는 청년들이 농업과 농촌으로 와 주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약대로 청년의 영농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농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농촌으로 진입하는 문턱은 여전히 높고 정착도 쉬운 일이 아니다. 청년과 농촌의 만남을 위해서는 농촌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민간과 행정이 협력하여야 한다는 결론이다.
지역에서 이미 자리잡고 있는 전국의 청년4-H회원들이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가 바로 청년 귀농인과 어떻게 손잡고 무엇을 해나갈지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청년과 농촌의 만남이 변화하는 한국 농촌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을 해소하며, 미래세대의 삶의 가치를 정립하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를 깊이 있게 성찰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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