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1 격주간 제862호>
[4-H국제교환훈련 소감문]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진 2달간의 추억
정 명 은 (전남대학교4-H회)

독일에서 두 달을 지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4-H국제교환훈련(IFYE)에 최종 선발되었을 때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가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라 크게 기대하는 건 없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겪는 것으로도 충분했으니까.
두 달 동안 총 세 가정에서 생활을 했는데 아주 다양한 환경에서 지냈다. 지리적 위치도 북쪽, 남쪽, 서쪽이었고 연령층도 다양했다. 그 덕에 책에서만 봤던 독일을 직접 눈으로 담고 느끼게 되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첫 번째 호스트 집이 북쪽에 있었는데 주위가 평지였고 산 하나 찾기 어려웠다. 호스트 아빠인 헨드릭 말로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언덕이 많다며 남쪽이 그렇다고 했는데, 두 번째 집으로 가려고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 창문에서 평지에서 언덕으로 점차 변하는 경치들을 보면서 진짜 눈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독일을 가기 전 아니 IFYE 신청서를 쓸 때부터 내가 선을 그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동물. 어릴 때 큰 강아지에게 물린 적이 있어 그 이후로 동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싫어하진 않지만 가까이 지내는 건 엄두도 못 내고, 그 중에 강아지는 가장 무서운 동물이다. 그래서 프로필 작성을 할 때도 강아지를 무서워하니, 강아지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었다. 그 정도로 단호하게 선을 그었는데 내가 간 호스트 집마다 강아지가 있었고 심지어 두 번째 집은 사냥견이 있었다. 그래서 두 달이 힘들었다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었다. 극복한 것도 대단하지만 더 놀라운 건 극복하려고 노력한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동물을 무서워하는 마음으로 강아지를 대했었는데 어느 순간 나는 강아지와 같이 어울려 지내고 오히려 내가 먼저 장난을 치기도 했다. 나에게 하나의 트라우마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극복한 것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두 번째는 트렉터 운전이다. 운전면허 취득 후 운전 경험 2번 중에 2번 모두 경미한 사고를 냈다. 그러니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은 엄두를 못 내는 일이다. 그런데 두 번째 집에서 호스트 아빠가 몇 번 트렉터를 운전해보지 않겠냐며 제안을 했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매 번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의 운전 전과를 설명하면서. 그러던 어느 날, 의사소통의 오류로 트렉터 운전할 기회가 생겼다. 운전대에 앉으라는 말에 짧은 순간 고민했다. ‘혹시나 사고가 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과 ‘도전하는 게 뭐 어때’ 이 두 생각 사이에서. 그리고 후자를 선택했다. 이런 것 하나 전 못하고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웠을 테니까. 그렇게 나보다 몇 배는 더 큰 트렉터를 두 번 운전했다. 처음에는 너무 떨려서 엄마를 여러 번 찾았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약간의 자신감이 붙어서 그런지 혼자서 후진도 하고 좁은 길도 가보았다. 대표적으로 이 두 가지 일을 통해서 ‘도전’에 대하는 나의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그 동안의 나는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정작 결정할 때는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스스로 안 되는 이유를 대며 결국 도전하지 않았던 것이다. 독일에서의 작고 소소한 것부터 큰 것들까지 도전하면서 스스로가 변했다. 예전에는 ‘이래서 안돼’ 였다면 이번에는 ‘왜 안 돼?’ 라는 생각이 더 주도적으로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 집에서는 도전하는데 있어서 망설임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스스로 도전을 만들고 시도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돌아오고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독일이 어땠냐는 물음이었다. 그 대답에 적당한 답을 찾고자 며칠 고민을 했었는데 독일 너무 좋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힘든 부분도 당연히 있었으니까. 상황이 힘들었던 적은 없고 내적으로의 힘듦은 가끔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더욱 생각을 깊이하게 되었고 오히려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과 지내면서 나를 떠올리기도 하고, 나의 부족한 점을 보기도 하고, 그동안 그랬던 ‘척’을 하며 지낸 나의 모습도 여과 없이 보게 된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져서 돌아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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