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격주간 제861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대하여

"인(仁)은 서로 함께하는 두 사람이다
仁者 二人相與也(인자 이인상여야)"
-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중에서 -


유학(儒學)이라고 하면 흔히 제일 먼저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머리에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전을 찾아보면 “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 강령과 다섯 가지 인륜(人倫). 삼강은 군위신강(君爲臣綱)ㆍ부위자강(父爲子綱)ㆍ부위부강(夫爲婦綱)이며, 오륜은 부자유친(父子有親)ㆍ군신유의(君臣有義)ㆍ부부유별(夫婦有別)ㆍ장유유서(長幼有序)ㆍ붕우유신(朋友有信)이다”라는 해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과문(寡聞)한 탓인지 몰라도 유가(儒家)에서 성인(聖人)으로 추앙하는 공자나 맹자가 ‘삼강오륜’에 대해 말했다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굳이 찾아본다면 ‘맹자(孟子)’에 비슷한 대목이 나오기는 한다.
맹자가 등()나라의 태자(太子)인 문공(文公)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요임금 시절에는 홍수가 심하고 농사기술이 발전하지 못해 식량이 부족했으며 맹수들이 많아 사람들이 살기 힘들었다.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이를 해결하라고 지시했고 순임금은 익(益)을 시켜 불로 맹수들을 물리쳤다. 이후 우임금은 수로를 정비하여 홍수를 해결했고 후직(后稷)은 농사기술을 발전시켜 식량문제를 해결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이젠 교육에 힘을 기울였다. 설()을 사도(司徒)에 임명하여 인륜(人倫)을 가르치게 했다. 인륜이란 부자 사이의 친애함(父子有親), 군신 사이의 의리(君臣有義), 부부 사이의 구별(夫婦有別), 어른과 아이 사이의 차례(長幼有序), 친구 사이의 믿음(朋友有信) 등을 말한다. 이처럼 지도자들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세상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에 매달려 왔다.”
전체적인 맥락은 무엇인가. ‘정치 지도자는 직접 몸을 움직여 세상에 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고 적절한 사람을 발굴해 그에게 일을 맡겨 세상에 이익을 주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인륜에 대한 이야기는 그 과정에서 예를 든 것일 뿐 큰 주제는 아니었다.
먼저 안정된 삶을 영위하게 만들어준 후에 교육을 시키라는 순서의 의미도 있다. 더 좁혀서 인륜에 주목하더라도 ‘오직 내 생각만 하고 내 이익만 찾지 말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랑하라’는 인(仁)의 정신을 드러낸 것이다. 인(仁)은 유가사상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산 정약용은 인(仁)을 ‘이인(二人)’, 바로 ‘두 사람’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두 사람을 ‘상여(相與)’라고 설명한다. 서로 함께하는(相與) 것이 인(仁)의 정신이라는 뜻이다.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다. 아들은 부모의 DNA를 지니고 태어났으니 독립된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라 부모의 연장선에 함께 존재한다. 부부, 친구, 직장 동료 등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연결되니 인(仁)이다.
그런데 맹자는 왜 굳이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을 예로 든 것일까. 당시 사회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온통 전쟁만을 일삼는 시대였기에 아버지는 전쟁터로 나가 죽어버렸고 아들은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니 가정이 붕괴되었다.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윤리와 도덕은 뒤로 밀리고 이익과 생존을 위해 짐승처럼 살게 되었다. 맹자는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섯 가지의 지적을 마치 원칙인 것처럼 떠받들며 외운다는 것은 조금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 왜 ‘삼강오륜’을 마치 유학의 대원칙처럼 여기게 된 것일까.
철학이 아니라 행정의 도구로 유가의 사상을 이용하려 했던 한(漢)나라의 동중서(董仲舒)가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삼강오륜’이었다. 공자와 맹자의 자유롭고 풍성했던 사랑의 사상이 동중서의 손을 거치며 퇴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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