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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5 격주간 제80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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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강단] 나의 삶과 경영을 이끈 4-H ① |
지(智, Head)·덕(德, Heart)·노(勞, Hands)·체(體, Health)의 4-H이념은 모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양분이며 나와 같은 기업인에게는 늘 곁에 두어야 할 경영의 나침반이다. 4-H운동은 농촌 청소년들에게만 필요한 계몽운동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지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세계의 모든 청소년들이 함께 경험해야 할 소중한 가치, 그 자체다.
고교시절 만난 4-H는 나의 청소년 시기를 의미있게 이끌었고 한 사람의 기업인으로 성장한 오늘날에도 함께 길을 걷는 동반자다. |
■ 나의 사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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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회장
하림그룹 |
나는 학창시절 4-H회원으로 활동했고 일찍부터 닭과 돼지를 길러 온데다 원예 등 다양한 분야를 체험했다.
‘실천으로 배우자(Learn by Doing)’라는 4-H이념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셈이었다.
그러다보니 많은 경진대회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기도 했다.
특히, 나는 4-H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적성을 발견했고 긍정적 사고를 배웠으며 조직과 공동체를 위한 헌신, 상호존중,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덕목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사업가로서 길에 들어선 것은 우연이었지만 4-H와 만남으로써, 그 길은 나의 길이 되었고 내가 개척해 나아가야 할 길이 됐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여름 방학을 맞아 외갓집에 놀러 갔다가 외할머니로부터 병아리 10마리를 선물 받았다. 그 10마리의 병아리는 결과적으로 축산 육류식품을 전문화한 오늘날의 하림그룹으로 성장했다.
시골의 철부지 어린아이가 병아리 10마리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외할머니께서는 병아리를 사업의 밑천으로 삼으라고 주신 것도 아니었고 나 역시 그 병아리로 오늘날의 하림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을 리 없다.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생에게 병아리를 키우는 일은 그냥 즐거웠고 그 즐거움으로 열심히 키웠을 뿐이었다. 다만 병아리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의지와 목표는 있었다.
어머니 몰래 쌀독에서 쌀을 퍼다 먹이기도 했고 들판에 나가 잡은 개구리나 미꾸라지를 삶아 먹이기도 했다. 그것이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이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병아리는 잘 자랐다. 토실토실하게 자란 어미닭을 보자 닭장수들이 닭을 사가겠다고 하여 팔았다.
한 마리 값이 대략 250원이었는데 시세보다 좋은 값으로 팔 수 있어 3000원 정도를 받았다. 이 돈이 내가 처음 만든 사업자금이었다.
그 돈으로 다시 100마리 정도의 병아리를 샀다.
한 마리 값이 7원이었으므로 병아리 수를 열 배로 늘리고도 돈이 남았다. 닭을 키우는 일이 어린아이의 놀이에서 작은 사업이 된 셈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는 돼지를 키우기도 했고 염소도 키웠다. 순전히 축산을 잘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집안의 반대가 심했지만 잘 극복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사업자등록을 내고 아예 사업을 시작했다.
배합사료를 규모 있게 구매해야 할 만큼 가축들이 많아졌고 사료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학교를 졸업하자 나는 사업가가 되어 있었다. 제법 돈도 벌었다. 돈이 생기자 안주와 쾌락의 유혹이 있었고 그것들은 대가를 요구했다.
가축 가격이 폭락하면서 사업이 폭삭 망해 빚쟁이들에 쫓겨 숨어 다녀야 했다.
나는 빚 독촉을 피해 다니는 동안에도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궁리를 했다.
궁리를 시작하는 순간 시련은 단련의 다른 이름이 됐다.
농산물이나 축산물은 왜 주기적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폭락하는지를 고민했고 가공이 그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답을 얻었다.
농장-공장-시장이라는 식품의 가치사슬을 통합경영하는 시스템으로 승화해 오늘날의 하림을 설립했다.
그 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업은 거친 바다에 나간 배와 같아서 잔잔한 물결과 순풍을 만나 순항하기도 하지만 항상 비바람과 풍랑에 시달린다.
대형 화재로 공장을 몽땅 불태우기도 했으며 AI와 같은 가축질병이 사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국가적인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갇히기도 했다.
사업가의 곁에는 늘 위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비관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긍정적인 사고와 때를 기다리는 인내, 미래에 대한 통찰과 신념으로 극복해 내고 있다.
현재 하림그룹은 단백질식품에 집중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다.
닭과 오리, 돼지, 한우 등 축산육류를 농장에서 식탁까지 통합 관리한다. 가축들의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사료를 생산 판매한다.
식품판매 전문 채널인 TV홈쇼핑을 비롯해 온·오프라인 식품매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이들 나라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임직원들이 1만명이고 연간 매출액이 4조7000억원 정도이다.
건실한 기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동체의 행복과 건강에 기여한다. 더불어 사업 외적인 공헌 역시 필요하다. 나와 하림그룹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매년 수백명에게 장학금
생명사랑 하림재단이라는 비영리법인을 통해 농촌·농업·식품과 관련된 학생들을 매년 수백명씩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한다. 아시아 지역 대학생들에게도 장학급을 지급하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농식품 분야의 학술진흥과 연구사업, 관련 단체들의 공익사업 및 활동을 지원하기도 한다.
생산 기반이 위축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축산업 회복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실행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회사는 물론 임직원들은 저마다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외받은 이웃들을 위해 자발적인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회사에서는 임직원들이 사회공헌과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계속〉
※이 글은 제1회 글로벌4-H네트워크 세계대회 국제회의 기조강연 원고로 2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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