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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5 격주간 제79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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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라 |
"멀리 가지 않고 다시 돌아오니 좋구나!
不遠復 无祗悔 元吉(불원복 무지회 원길)
- 《주역(周易)》 중에서"
새해가 되면서 술을 끊겠다고 혹은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는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토록 다짐을 했건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술잔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그 열패감이란…. 누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가 먼저 안다. 그래서 ‘난 글러먹었어. 난 쓰레기야.’라고 생각하며 폭음을 한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자포자기(自暴自棄)’ 혹은 줄여서 ‘포기(暴棄)’라고 말하기도 한다.
‘포기(暴棄)’라고 할 때에 ‘포(暴)’는 ‘폭’으로 읽기도 하는데, 그 뜻은 매우 흉악하다. 폭력을 쓰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업신여기며 때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포(自暴)’는 자신이 자신을 매우 사납게 때리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自棄)’라고 할 때에 사용하는 ‘기(棄)’는 내다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자기(自棄)’는 내가 나를 내다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자포자기(自暴自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give up’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흔히 ‘포기할래.’라고 말할 때 사용하는 영어 ‘give up’은 단순히 주도권을 내어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뜻을 지닌 ‘give’를 사용한다.
그런데 ‘자포자기’는 어떠한가? 누군가에게 주도권을 주고 뒤로 물러나는 게 아니다. 나를 두들겨 패서 내다버리는 것이다.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을 쓰레기처럼 학대하며 방치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자기 학대다.
그러므로 ‘자포자기(自暴自棄)’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때로는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면 길(吉)하다. 최악이 무엇이냐? 자신을 때리고 학대하며 쓰레기 취급하는 것이 최악이다.
공자의 많은 제자들 중에 공자가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인 안회(顔回)의 예를 들어 보자. 안회(顔回)는 안연(淵)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공자보다 30세나 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자보다 먼저 죽었다. 안회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공자는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아!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 하늘이 나를 버렸어!(顔淵死, 子曰, “噫! 天喪予! 天喪予!).”
공자는 안회에 대해 많은 칭찬의 말을 남겼다. 대표적인 것 중에 한 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여러 제자들을 살펴보면, 어떤 이는 매일 ‘인(仁)’을 잃었다 되찾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3~4일만에 한번씩 ‘인(仁)’을 잃었다 되찾기도 했다. 그러나 오직 안회(顔回)만은 3개월이 지나도 ‘인(仁)’을 잃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나라의 학자 정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바른 길로 가지 않고 엉뚱한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엉뚱한 길로 접어들지도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되도록 빨리 돌아오는 것이다.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의 경우가 그랬다. 안회라고 해서 아예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들면 그 즉시 멈추어 깊이 생각했고 더 깊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 전에 바른 길로 돌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에게 칭찬을 들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멀리 가지 않고 곧 돌아와 깊은 후회를 남기지 않으니 매우 좋다’(不遠復 无祗悔 元吉)의 숨은 뜻이다.”
그대여, 지금 어디쯤 갔는가.
잘못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면 포기하지 말고 돌아오라. 늦지 않았다. 안회도 그렇게 늘 다시 시작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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