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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1 격주간 제79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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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의 고전산책] 성공하고 싶은 당신에게 |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自卑昇高 自近及遠(자비승고 자근급원)
- 근사록(近思錄) 중에서"
서점에 가보면 ‘성공학(成功學)’ 혹은 ‘처세술(處世術)’을 내세우는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성공학(成功學)’이라는 글자를 풀이하자면 ‘목적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정도가 적절하겠다. ‘처세술(處世術)’이라는 글자를 풀이하자면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할 때, ‘성공학(成功學)’ 보다는 ‘처세술(處世術)’이 오히려 적절한 용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좌우지간 성공학이든 처세술이든 뭔가 순수하지 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만은 숨길 수 없다. 특히 유학(儒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더욱 그러하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말라는, 모든 것을 적절히 하라는 스승들의 가르침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상을 그렇게 소극적으로 살아서 어떻게 성공하겠어?’라는 반론이 있을 법하다. ‘급하면 억지도 쓰고 무리수도 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잘 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학(儒學)도 마찬가지다. 성공하는 방법, 잘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바로 유학(儒學)이다. 그렇다면 요즘 흔히 말하는 성공학이나 처세술과는 무엇이 다를까? 지속 가능한 성공, 지속 가능한 행복을 말하고 있다는 게 다르다.
흔히 뒷짐을 지고 헛기침하며 천천히 걷는 게 유학(儒學)을 공부한 학자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다.
진정한 유학자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할 뿐이지 느릿느릿 걷는 사람이 아니다. 불이 났는데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화재가 난 상황이라면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공자나 맹자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해가 아닐 수 없다. 공자나 맹자의 가르침은 더 근본적인 곳에 위치한다.
불이 나지 않도록 평소에 조심하라는 것이 그들의 가르침이다. 평소에 완벽하게 준비를 해놓았으니 서두를 일이 없을 뿐이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自卑昇高 自近及遠)”라는 ‘근사록(近思錄)’의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회사에서 상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말라는 뜻은 평소에 단정하고 예의바르게 살라는 것이지 거만하게 굴라는 뜻이 아니다. 평소에 부모를 공경하며 그것이 몸에 습관으로 붙은 사람이라면 그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건방지게 굴지 않는다. 겸손하고 단정하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평소에 형제자매와 화목하게 지내던 사람은 동료들과도 잘 지낸다. 배려해주고 양보하는 것이 몸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동생들을 잘 보살피던 사람은 후배들과도 잘 어울린다. 도와주고 감싸주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다.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칭찬을 들으려고, 존경을 받으려고, 성공하려고, 잘 살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게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바르게 하여 큰일을 이룬다. 사소한 일도 정성스레 하여 대업을 성취한다. 이보다 더 정확한 성공학이나 처세술이 있을까.
성공하고 싶은가? 잘 살고 싶은가? 공자와 맹자가 그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성공학이나 처세술 책을 들춰보기 전에 고전부터 읽어보기를 권하는 이유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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