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1 격주간 제794호>
[이 한 권의 책]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왜 아이들은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려 하는가

 김 성 기 지도교사 (김포 통진중학교4-H회)

요즘 아이들 가르치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교사들의 문제일까? 교육정책의 문제일까? 아니면 사회의 문제일까? 늘 생각하지만 좀처럼 원인은 물론 대안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역사는 늘 발전한다고 하고 삶의 질은 올라가고 있는 것이 분명할 터인데, 왜 우리나라의 교육은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모두 불만일까?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너무나 무기력한 아이들,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 핸드폰이나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너무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 등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솔직히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를 가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하여 실망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사토 마나부 교수의‘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냥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그 생각을 접고야 말았다. 세계 제일의 학력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그러나 교육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는 우리 교육의 어둠의 그림자와 너무나 흡사했다.
저자는‘아이들이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현실’을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압축적 근대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동아시아 국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학교문제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지매’, ‘부등교’, ‘학급 붕괴’, ‘소년 범죄’등의 문제를 학교의 핵심적인 문제로 파악하기 보다는 표피적인 현상의 문제로 보고,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아이들이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현상’으로 분석한다.
특히‘무엇을 배워도 소용 없다’,‘무엇을 배우든 인생은 어차피 변하지 않으며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라는 니힐리즘과,‘배우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다’, ‘나는 바보라서 배워도 모른다’, ‘어떤 내용의 지식과 문화도 나와는 상관없다’식의 시니즘을 그 중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아이들이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사회경제적 변화의 입장에서 분석한다.
급속한 근대화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경쟁 원리에 기초한 ‘주입식 교육’과 ‘시험 지향 교육’은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왔고 경제 성장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1세기‘압축된 근대화’가 끝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과거와 같은 경쟁 원리에 기초한 주입식 교육은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이제 대다수의 아이들은 학교교육을 통해 부모보다 높은 교육력을 획득할 수도, 부모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수도 없다. ‘압축된 근대화’의 종식은 곧 고도 성장기와는 다른 경제 침체, 경제 환경 변화를 가져 왔고 이 때문에 가정의 붕괴와 청년 실업 문제가 가속화 되었다.
한편 교육 정책 역시 이러한 사회 경제적 변화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추진되고 이를 통해 교육내용 30% 삭감과‘기초학력중심’교육이 교육 개혁의 핵심 정책으로 떠오르면서 배움으로부터의 도주를 가속화 시켰다고 사토 교수는 분석한다. 그 대안책으로 학급 인원 감축, 아이들을 탐구하고 창조하는 배움의 주체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토 교수의 일본 교육에 대한 분석은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우선 학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니힐리즘과 시니즘에 빠져있는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 40명에 이르는 학급 인원, 경쟁 위주의 교육 시스템, 기초학력중심 교육, 수준별 수업 등은 우리나라 교육정책 입안자들도 깊이 있게 고민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이들이 교실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대안은 무엇일까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사토 마나부 지음 / 북코리아 펴냄 / 2003년 /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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