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노릇 힘들다지만 아무도 거역하지 않으니 기쁘겠구나!
予無樂乎爲君 唯其言而莫予違也(여무악호위군 유기언이막여위야)
- 《논어(論語)》 중에서"
올바른 삶은 둥글다. 사람은 자식에게 의사의 역할도 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스승의 역할도 해야 한다.
안전을 지켜주는 군사력이 되기도 하고, 밥을 먹여주는 식당도 되고, 돈을 주는 사장님 역할도 한다. 형제자매들 사이의 분쟁도 해결해준다. 물론 자식뿐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똑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늙으면 자식이 그 자리를 물려받아 진행한다. 그게 삶이다.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이다. 순환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둥글게 굴러간다.
범위를 넓히면 이웃과도 그렇게 한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내 부모요 자식이다. 그러니 도와줘야 한다.
내가 어려움에 처하면 또 주변에서 그렇게 나를 도와준다. 그게 사회생활이다.
개인의 삶과 사회의 삶이 다르지 않다. 개인적인 삶과 사회적인 삶은 구분되지 않는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걷지 못하는 사람을 업고 걸어간다.
이럴 경우, 누가 주인이고 누가 하인인가. 그런 게 있을 수 없는 관계다. 주종관계는 없다. 협력과 소통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여 나누어가질 뿐이다.
그런데 걷지 못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면? 그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하인이 된다. 그러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등에 업고 있는 사람을 내던지려 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 누구의 손해가 아니라 모두의 손해가 된다.
모든 것이 바르게 돌아가면 충돌은 없다. 자연을 보면 알 수 있다. 봄과 여름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조화롭게 이어진다. 약육강식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것은 봄이 지나면 여름이 되는 것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하면 서로 충돌하여 갈등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어떠한가. 끊임없이 대립과 충돌이 이어진다. 왜 그럴까. 본래 지닌 바른 마음을 가리는 과도한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된다. 왜 욕심이 생기는가. 주종관계를 만들고 서로 주인이 되려고 대립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각자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과 걷지 못하는 사람이 함께 붙어 있으면서도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로 소통이 안 되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과 걷지 못하는 사람이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각자 자기 멋대로 나아가면 망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는 행위를 우리는 정치(政治)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정치라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과 다른 것이 별로 없다. 자식을 교육하고 늙은 부모를 보살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웃의 삶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걷지 못하는 사람을 업고 걸어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노(魯)나라 정공(定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습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왕 노릇 힘들다지만 아무도 거역하지 않으니 기쁘겠구나!(予無樂乎爲君 唯其言而莫予違也)’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듣고 임금과 신하들이 ‘그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곳으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일방적인 관계가 굳어지면 망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둥글게 나아가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세상이다.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다. 나만 주장하면 망하게 된다.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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