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5 격주간 제783호>
[영농현장] 사랑을 실천하는 부지런한 청년농부
허 향 화 회원 (경기 여주시4-H연합회장)

허향화 여주시4-H연합회장(28·경기도 여주시 여양로)을 만난 날은 계속되던 초여름의 가문 날씨 끝에 반가운 비 소식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햇볕은 따갑기만 해서 비 소식을 의심하며 부서져 내린 햇살이 반짝이는 한강을 따라 여주로 향했다.
허향화 회장은 현재 1980㎡의 시설하우스와 9900㎡의 논에 수도작 농사를 짓고 있는데, 고향은 전남 해남으로 부모님도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단다. 땅끝마을 해남 청년이 여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여주시4-H연합회장이 된 사연이 궁금했다.
허 회장은 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 특용작물학과를 졸업했다. 해남공고 재학당시 한농대 입시설명회에서 성공한 청년농업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부모님께서 이루지 못한 농업 비전을 자신이 이뤄보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한농대 졸업 즈음, 고향인 해남으로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농사짓는 것을 생각하고 있던 허 회장에게 대학 선배인 박주원 회장(50대 경기도4-H연합회장)이 여주에서 농사를 지어볼 것을 권유했다. 부모님의 경영체도 규모가 크지 않던 터라 그는 박 회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경기도 여주에서 농장의 독립 경영에 도전하게 됐다. 논을 임차 받아 수도작 농사를 시작했다. 농지도 자본도 충분하지 못한 그에게 낯선 타지에서의 영농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꿈을 잃지 않고 남보다 더 부지런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타지에서 영농정착에 고군분투하는 그에게 큰 힘이 돼 주는 것이 바로 4-H다. 박주원 회장의 권유로 2009년 활동을 시작했는데 농업정보를 얻는 것도 큰 도움이지만, 회원들과 정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특히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배우게 됐고 세상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단다.
여주시4-H연합회는 2009년부터 매년 연말이면 ‘몰래 산타’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몰래 산타는 여주시4-H회원들이 산타가 되어 지역의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을 방문해 선물과 함께 즐거운 이벤트를 선물하는 여주시4-H의 대표적 활동이다. 선물을 받는 어린이들만큼이나 회원들에게도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다는 몰래 산타 활동은 단순히 하루의 봉사활동 이벤트가 아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당시는 회원들이 나서 지역사회에서 후원모금을 받았다. 하지만 매년 후원모금만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2012년부터 과제포를 통해 기금조성을 시작했다. 과제포를 마련해 고구마를 심고 재배해 판매한 돈으로 기금을 마련했다. 이 기금과 후원모금액을 합해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다. 작년까지 과제포에서 고구마를 재배했었는데 올해는 벼농사를 짓는단다. 회원들이 대부분 자기농사에 바쁘다 보니 그래도 벼농사가 좀 더 낫겠다는 의견이 모아진 결과다. 과제포에 모내기를 하며 풍년기원제도 지냈다. 농사가 잘돼 보다 많은 지역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는 것이 허향화 회장의 바람이다.
따뜻한 마음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 허향화 회장은 오는 9월 21일 김미정 경기도4-H연합회 여부회장과 화촉을 밝힌다. 그간 4-H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사랑을 실천해온 그에게 4-H가 사랑의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가장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그에게 요즘 걱정거리는 쌀 관세화다. 올 연말로 두 번에 걸친 쌀 관세화 유예기간이 종료돼 국민의 주식을 책임지는 쌀산업이 또 한번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허향화 회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기다리던 가뭄 속 단비를 만났다. 영농정착을 위해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선한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도 가뭄 속 단비처럼 힘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한다. 땀 흘리는 청년이 성공할 수 있는 농업이 돼야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가 있지 않겠는가. 〈이은영 기자 eylee@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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