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친구들이 스스로 찾아오는구나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 《논어(論語)》 중에서"
유학(儒學)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대부분의 책들은 두괄식으로 편집되어 있다. 제일 앞부분에 전체 내용 중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맹자(孟子)’의 제일 앞부분에는 양(梁)나라 혜왕(惠王)과 맹자의 대화가 나온다. 혜왕이 ‘우리나라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묻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찌 이익(利)에 대해 말하십니까? 올바름(仁義)에 대해 이야기해야지요.’ ‘맹자’의 키워드는 ‘인의(仁義)’다.
‘논어(論語)’의 제일 앞부분은 어떠한가.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로 시작되는 유명한 문장이다. 첫 단계는 배우고(學) 익히는(習) 것이다. 배워서 아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실천하여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가.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가 된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만 친구가 아니다. 나를 바르게 가다듬으면 멀리 있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알려져 친구가 된다.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지만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친구가 된다. 존경하는 마음이 차고 넘치니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게 되어 있다.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든다. 나를 가다듬어 세상 전체를 바르게 만드는 것이 ‘논어’의 키워드다. 그것이 바로 인(仁)이다.
자신을 바르게 가다듬고, 이익이 아니라 올바름을 추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올바른 세상이라면 세상이 그를 알아보고 높은 자리에 올려준다. 그러나 바르지 않은 세상, 혼란스러운 세상이라면?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 눈에는 올바름을 추구하는 사람이 바보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렇기에 ‘人不知而不(인부지이불온)’이라고 한 것이다.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낼 필요가 없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이니까. 오히려 알아보지 못하는 게 즐거운 일이 된다. 최소한 돼지는 아니라는 증거가 되니 말이다.
누가 바르고 현명한지 정확하게 알아보는 눈을 지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송(宋)나라의 황제 신종(神宗)이 명도선생(明道先生)에게 “바르고 현명한 사람을 발견하는 게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자 명도선생은 황제의 면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바르고 현명한 사람의 탓입니까, 아니면 황제의 안목 탓입니까?” 향기로운 꽃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나비의 능력부족이다. 찾아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 여기에 돌 하나가 있습니다. 다듬으면 보석이 되고 다듬지 않으면 그냥 돌입니다. 전문 기술자를 불러 그 돌을 다듬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술자를 불러놓고 ‘네가 이제까지 배운 것은 다 잊고 내가 시키는 방식으로 다듬어라.’라고 말한다면 그게 옳은 일일까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어떨까요? 바르고 현명한 인재를 등용해 나랏일을 맡기면서 ‘이제까지 네가 배운 것은 다 잊고 내 명령만 따르면 된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요?”
맹자가 제(齊)나라 선왕(宣王)에게 한 말이다. 왕은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이지 전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는 사람이 바로 왕이다. 주자는 맹자의 이러한 이야기에 다음과 같은 주석을 붙였다.
“자신이 직접 원석을 다듬지 않고 전문가를 불러 원석을 다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석을 아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리면서 바르고 현명한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서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라가 보석보다 못한 존재란 말인가.”
훌륭한 임금은 어떤 사람인가. 바르고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여 일을 맡기면서 그 사람이 배우고 익힌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사람이다. 옹졸한 임금은 어떤 사람인가. 사람을 등용하여 일을 맡기면서 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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