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1 격주간 제778호>
[이 한 권의 책] 우리가 지구를 착한 별로 만들거야

과소비 욕망에서 벗어나 ‘착한소비’의 길로 안내

김 성 기 지도교사 (김포 통진중학교4-H회)

마트가 없던 시절, 어머니를 따라 장을 보러 가는 길은 유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 중에 하나였다. 당시의 시장은 지금의 마트처럼 품목도 다양하지 않았고 물건을 사기에 편하지도 않았다. 그곳에는 제철 과일을 팔러 온 과수원 주인도 있었고, 텃밭에서 키운 야채며 집에서 키운 닭을 직접 팔러 온 할머니도 있었다. 어머니는 구입하신 과일이나 야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또한 믿을 수 있었기에 터무니없이 싸게 사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싸다고 무조건 많이 사는 일 없이 꼭 필요한 물건을 꼭 필요한 만큼만 사셨다.
30년이 지났다. 나는 주말이면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간다. 대형마트에는 칠레에서 수입된 포도에서부터 중국에서 만들어진 티셔츠까지 없는 물건이 없다. 그리고 집 주변에 있는 가게보다 물건 값이 싸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진열된 그 많은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가격만 싸다면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도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풍요의 시대 우리는 모든 것을 쉽게 사고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눈앞의 편리함에 눈이 멀어 편리함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들을 애써 모른 척하고 외면하려 한다. 우리 어른들조차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중독되어 멈출 수 없는 과소비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풍요로움과 편리함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과 ‘착한 소비’의 미덕에 대해 일깨워 주겠는가?
우리가 몰랐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과소비의 욕망에서 벗어나 ‘착한 소비’의 길로 안내해 주는 책이 있다. 바로 ‘우리가 지구를 착한 별로 만들거야’라는 책이다. 이 책은 “2010년 퍼블리셔 위클리가 추천한 최고의 환경교육서”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친환경 소비 가이드북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착한 소비’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값싸게 사는 ‘합리적 소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이 만들어진 후에 결정되는 품질과 가격에 주목하기 보다는 상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먼저 살펴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상품이 제조되는 과정에서 건강에 해로운 물질은 첨가되지 않았는지, 환경을 해치지는 않았는지, 노동력을 착취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는 없었는지를 살펴본 후에 제품을 구입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착한 소비’의 문제를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수, 청바지, 햄버거, 휴대폰 등의 예에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불편한 진실’외에 유전자 변형 식품의 문제, 공장식 축산 산업의 문제, 노동 착취의 문제, e-폐기물의 문제, 과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의 문제 등을 재미있게 끄집어내고 있다. 특히 적절한 사진과 흥미로운 통계 자료는 조금은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환경과 소비에 대한 문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환경과 소비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지금 꼭 실천해야 하는 절실한 문제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소비가 어떤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들 스스로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알면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착한 소비’에 머뭇거리는 청소년들이 있을까 조금은 염려스럽기도 하다.
4-H그린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교에서 Ⅲ. 생명과 농업, Ⅳ. 지구촌 이야기 단원을 다룰 때 보조 자료 또는 독서토론 자료로 활용하기에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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