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01 격주간 제762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율곡에게 배우는 공부방법 ①

"변명하지 말라,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
皆在我耳 豈可他求哉(개재아이 기가타구재)
- 《擊蒙要訣(격몽요결)》 중에서"


부모의 뜻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것은 수동적 효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능동적 효는 무엇인가. 부모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 능동적 효다. 부모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곁에서 도와드리고, 적절히 충고하며,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그런데 능동적 효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 스스로 알지 못한다면 수동적 효에 머물 수밖에 없다. 올바른 길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그러므로 온전히 효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이다.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부모를 보다 더 멋진 사람으로 만들 수는 있다. 주변 환경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탓해서는 안 된다. 내가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통해서? 공부를 통해서. 공부는 이처럼 위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란 무엇인가. 수학이나 영어 과목을 배우는 것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유학(儒學)에서 말하는 공부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공부와 조금 차이가 난다.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한 모든 연습이 공부다. 물론 수학과 영어 공부도 공부의 일부분이다.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쌓은 지식을 몸으로 이해하고 실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온전한 공부가 된다.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바른 사람이 공부의 목적이다.
한자로 쓰면 전문 기술자를 뜻하는 공(工)과, 노동자나 성인 남자를 뜻하는 부(夫)가 합쳐진 것이 공부다. 전문 기술자는 어떻게 길러지는가. 이론적 지식은 기본이며 그것을 몸에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행동으로 실천하며 몸으로도 알아야 한다. 축구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축구를 잘 하고 싶다면 먼저 달리기로 체력을 길러야 한다. 기초연습을 할 때에는 힘들고 어렵다. 그렇다고 그것을 건너뛰고 공만 잘 다루는 기술을 익혀서는 좋은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 게다가 팀플레이도 익혀야 한다. 동료들을 배려하고 화합해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기술이 쌓인다. 어느 하나만 잘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둥근 공처럼 서서히 넓어져서 축구를 잘 하는 사람이 완성된다.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연습할 때는 힘들지만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팀플레이도 완성되고 내 체력도 강해짐은 물론 기술까지 완전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다면, 승리한다. 그러면 기쁘다. 즐겁다. 온몸이 짜릿하다. 연습은 힘들었지만 결과는 너무도 즐겁다. 몸에 익숙해지면 즐거워진다. 주변 상황을 탓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 중 한 사람인 율곡은 공부의 첫걸음을 ‘입지(立志)’라고 말했다. 뜻을 세우라는 것이다. 먼저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음을 먹었다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실천하라고 말한다.
“말로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하면서도 이를 실천하지 않고 머뭇거리거나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그 실천을 나중으로 미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말로만 뜻을 세웠다고 할 뿐 실제로는 정성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란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은 나의 실천으로 시작되며 나의 실천으로 완성된다. 마음먹었다는 것은 이를 바로 실천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한다. 마음만 먹고 그 시작은 나중에 하겠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라,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 있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버리면 평생토록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율곡이 누구인가. 그는 과거시험에서 아홉 번이나 수석을 차지한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불렀다. 그렇기에 ‘원래 잘난 사람들은 저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하고는 달라.’라고. 그러나 다른 시선으로 율곡을 살펴보자. 그는 왜 굳이 아홉 번이나 과거시험을 보아야 했을까. 율곡은 천재가 아니다. 율곡은 오랜 방황과 고난 속에서 성실함 하나로 홀로 일어선 인물이다. 다음 편에서 그의 공부방법을 더욱 자세히 알아보자.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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