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5 격주간 제759호>
[이달에 맛보는 착한음식] 쌉싸름한 맛과 은은한 향기를 지닌 - 곰취 -
곰취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섬유소도 많으며 칼슘과 칼륨도 풍부해 함암,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

지난 주말, 곰배령에 올랐다. 곰배령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하루 입장객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산이 허가된 입장객 중 한 사람으로 곰배령에 오르기로 한 거였다. 트래킹을 앞두고 아침을 먹기 위해 근처 산채식당에 들렀다. 주문한 음식을 차려낸 후 주인아주머니는 옆 테이블에 앉아서 동그랗게 빚은 주먹밥을 곰취 장아찌로 돌돌 말아 싸기 시작했다. 산행할 사람들이 주문한 산채주먹밥을 싼다는 것. 김밥과 유부초밥 역시 잘게 썬 곰취 장아찌를 넣어 싼다며 조리법까지 가르쳐 주었다.
금방 아침을 먹었지만 나 역시 도시락을 하나 구입해서 산행을 시작했다. 곰배령 골짜기에 앉아서 곰취 장아찌 주먹밥을 먹는 맛과 멋, 그리고 재미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능선을 따라 진초록의 물결로 이어지는 곰배령을 걷던 나는 어느 바위에 걸터앉아 새소리에 맞춰 곰취 장아찌 주먹밥을 먹었다.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만끽하는 기쁜 순간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냉장고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곰취 장아찌를 꺼내 주먹밥을 만들었다. 갖 지은 밥에 잘게 썬 곰취 장아찌를 넣고 거기에 생 곰취도 잘게 썰어 넣고 비벼준다. 비빈 밥을 돌돌 굴려 동그랗게 만든다. 그리고 곰취 장아찌 옷을 얌전히 입혀주면 끝이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어린 날,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찹쌀경단처럼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다.
곰취는 곰발바닥처럼 생겨서 곰취라고 불린다고도 하고, 또 깊은 산속 곰이 먹는다 하여 곰취로 불린다는 말도 있다. 부드럽게 쌉싸름한 맛과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매력적인 곰취는 약초에 가깝다고 할 만큼 몸에 좋다. 특히 고기를 먹을 때 함께 먹으면 좋은데, 고기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완화시키는 곰취를 한방에서는 기침이나 천식, 가래 해소에 약으로 쓴다고 한다. 비타민 C와 섬유소가 많은데다 칼슘과 칼륨도 풍부해서 항암, 노화방지 등의 효과도 있다.
곰취는 크기가 크고 부드러우면서 연한 녹색을 띠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생나물은 보통 일주일 정도 보관할 수 있는데 꼭 신문지에 싸서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생 곰취는 고기를 먹을 때 쌈으로 먹어도 좋고, 곰취 겉절이를 해서 먹어도 입맛을 돋운다. 겉절이는 곰취를 잘 씻어 적당한 크기로 찢어놓고 멸치액젓과 매실효소, 고춧가루, 깨 정도만 넣고 무쳐주면 되는데 곰취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양념을 많이 넣지 않는 게 더 맛있다.
곰취를 오래 두고 먹고 싶다면 장아찌를 담그면 된다. 곰취 장아찌는 깨끗이 씻어 물을 뺀 곰취에 간장과 물, 식초, 매실효소 등을 섞어 끓인 뜨거운 간장을 부어주면 된다. 다음 날, 간장만 따라내서 끓인 후 식혀서 붓고, 그 다음 날 한 번 더 끓여 식힌 간장을 부어서 냉장보관하면 오래도록 먹을 수 있다. 무더위에 입맛을 잃기 쉬운 때이지만 갓 지은 밥과 곰취 장아찌가 있다면 건강한 여름 나기는 가히 충분하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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