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5 격주간 제757호>
[이달에 맛보는 착한음식] 싱그러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 두릅 -
두릅을 맛있게 데치려면 머리 부분을 반으로 가르고, 끓는 물에 소금을 넣은 후 머리 부분부터 담가서 익힌 다음에 잎사귀 부분까지 살짝 담근 후 건진다.

신록의 계절, 눈 닿는 곳마다 환하다. 나뭇가지 끝에 돋아난 노랑연두의 싱그러움이 마음까지 맑게 한다. 이 소생의 시절에 놓치지 않고 챙겨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두릅이다. 신경 써서 두릅을 챙겨먹어야 기운이 나는 듯하고 내 몸을 돌봐준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오래전에 자연다큐멘터리 원고를 쓰던 때 일이다. 수없이 기획회의를 하고 촬영콘티를 짜야했다. 한 번에 쓰는 원고가 아니라 삼고(세 번 고쳐 쓴 방송원고), 사고, 오고에 결국은 구고(여러 번 고쳐 쓴 방송원고)까지 쓰며 온갖 고생을 했다. 그 고생스럽던 나날 중에 즐거운 경험이 하나 끼어 있다. 내 손으로 두릅을 땄던 일이다.
당시 촬영지는 강원도 내린천 계곡이었다. 촬영팀은 근처 어느 집에 민박을 하며 여러 날을 지냈다. 촬영 후 쉬고 있는데 민박집 주인아주머니가 두릅을 따러 가자고 제안했다. 건너편 산에 가면 두릅이 많다는 거였다. 나는 아주머니를 따라나섰다. 만만해 보이던 산이었는데 오르니 힘들었다. 가파른 산등성이를 숨 가쁘게 올랐을 때, 눈앞에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삐쭉 삐죽 마른 가지 끝에 꽃처럼 두릅새순이 돋아 있었던 거다. 땅의 생명력을 끌어 모은 당당히 돋은 두릅은 경이로워 보일 정도였다.
두릅 따기는 쉬웠다. 가지 끝 새순을 툭 꺾어내면 되는 거였다. 잠깐이지만 온 스텝들이 먹을 만큼 푸짐했다. 그날 산을 내려와 먹은 두릅은 내 생애 최고의 맛으로 기억되고 있다.
보통 두릅은 끓는 물에 데쳐서 먹는다. 두릅을 맛있게 데치려면 머리 부분을 반으로 가르는 게 좋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은 후 머리 부분부터 담가서 익힌 다음에 잎사귀 부분까지 살짝 담근 후 건진다. 이때 찬물에 재빨리 헹궈내는 것도 중요하다. 두릅을 찍어 먹을 초고추장은 고추장에 식초를 넣고 매실엑기스를 더하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또 곱게 간 깨를 넣으면 좋다.
두릅은 돼지 목살과도 잘 어울린다. 돼지 목살을 고추장 양념으로 무친 다음에 프라이팬에 넣고 볶는다. 고기가 거의 익으면 프라이팬 한쪽으로 밀어놓고 썰어놓은 두릅을 넣어 살짝 볶는다. 그 다음에 고기와 함께 섞어 주는 정도로 볶으면 된다.
조금 더 정성 들인 두릅 요리를 만들고 싶다면 두릅낙지전을 추천하고 싶다. 끓는 물에 담그는 듯 데쳐낸 낙지와 두릅을 번갈아 꼬지에 끼워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물에 담갔다가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구워내면 되는데 그야말로 별미다.
두릅은 혈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뇨 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 먹으면 좋다. 씁쓸한 맛을 가진 두릅은 소화를 돕는다. 그리고 비타민 B1이 풍부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칼슘이 풍부해서 골다공증이나 관절염 예방을 해 준다.
봄두릅은 금이라고 불릴 만큼 몸에 좋다. 몸에 좋은 두릅으로 지치기 쉬운 봄날의 하루하루를 활력으로 채우는 것도 좋겠다.
 〈정진아/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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