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5 격주간 제755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21세기에 왜 유학(儒學)을 말하는가 ②
"우주 창조의 원리가 나의 본성이다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
- 《중용(中庸)》 중에서"

퇴계 이황이 평생을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은 책이 한 권 있다. 그 책의 이름은 ‘심경(心經)’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책이다. 어떤 사람은 불교 경전인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전혀 다른 책이다.
퇴계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33세 때인 1533년이었다. 당시 서울로 올라와 성균관에서 공부하던 퇴계는 요즘 말로 하면 하숙집을 구해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 집에서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퇴계가 발견한 책은 ‘심경’이 아니라 ‘심경’에 주석을 단 ‘심경부주(心經附註)’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그저 ‘심경’이라고 하자.
도대체 ‘심경’이 어떤 책이기에 퇴계는 평생을 두고 이 책을 읽고 연구했을까. 33세였던 1533년에 책을 손에 넣은 퇴계는 33년이 지난 1566년에 ‘심경’에 대한 연구논문 한편을 발표한다. 조선 최고의 학자 퇴계가 33년 동안이나 연구에 매달려 겨우 논문 한 편을 뽑아낼 정도라니! 얼마나 난해한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중국에서도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공전의 히트를 쳤다. 왜 그랬을까?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중국의 유학은 주자 이후 슈퍼스타 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주자가 활동하던 송나라 때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침몰했다. 주자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주자의 학문을 이어받아 새롭게 꽃을 피워낸 곳은 중국이 아닌 조선이었다. 그리고 조선이 배출한 슈퍼스타가 바로 퇴계다. 학문으로만 따진다면, 송나라의 학문을 이어받은 나라는 명나라가 아니라 조선이었던 셈이다. 그런 슈퍼스타 퇴계가 애지중지했으니 베스트셀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심경’은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을 바르게 가다듬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애매하고 모호하다. ‘심경’의 첫머리는 “帝曰 人心惟危 道心惟微(제왈 인심유위 도심유미)”로 시작한다. 직역하면 이렇다. “사람의 마음(人心)은 위험하고 도심(道心)은 찾아내기 힘들다.” 사람의 마음은 무엇인지 알겠는데 도대체 도심(道心)은 뭔가? 바른 마음인가? 백번 양보하여 그렇다 하더라도 도대체 바른 마음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 않은가?
도심(道心)이 바로 우주 창조의 원리다. 갑자기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평생을 ‘심경’ 연구에 매달린 퇴계가 1568년, 그러니까 자신의 나이 68세에, ‘심경’에 대한 연구 논문을 최초로 발표한 2년 뒤에, 왕에게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학십도’는 10개의 도표로 구성되어 있다. 학문의 요점을 10개의 도표로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앞에 나오는 도표가 바로 ‘태극도(太極圖)’다. 익숙한 이름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당신이 알고 있는 우리나라 국기, 태극기(太極旗)에 나오는 그 태극(太極)이 맞다. 그런데 당신은 ‘태극’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태극이 바로 우주 창조의 원리다.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 우주는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텅 비어 있는 상태, 끝이 없는 ‘무극(無極)’의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을 ‘태극(太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양(陽)’이 나타나고 ‘양(陽)’의 움직임이 절정에 이르자 다시 고요해지며 ‘음(陰)’이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이 반복되며 하늘과 땅을 만들고 우리 인간과 그 문명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것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바른 마음은 여기에 기초한다고 말한다. 우주를 창조해낸 태극이 나의 본래 마음이다. 욕심에 가려져 있지만 이를 잘 살펴 찾아내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삼으면 그것이 바른 마음이다. ‘중용(中庸)’에서 “우주 창조의 원리가 나의 본성이다.”라고 말한 이유도, 퇴계가 우주창조의 원리를 ‘성학십도’ 맨 앞에 두어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우주 창조 원리는 과연 맞는 것일까? 서양의 빅뱅이론과 동양의 태극도설(太極圖說)을 비교해보자.  〈이도환 /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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