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5 격주간 제755호>
[이달에 맛보는 착한음식]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봄나물 - 달래 -
춘곤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달래만한 게 없다. 또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고 철분도 많아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눈 깜박하는 사이의 순간. 하롱, 봄꽃이 지는 순간. 메일의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우리는 참으로 많은 ‘순간’을 살아간다. 때로는 일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고 ‘어느새 봄꽃이 다 졌구나. 새순이 돋았네.’하며 놓쳐버린 순간을 안타까워하기도 하면서. 그 순간 밀려오는 것은 후회다. 그렇게 살지 말 걸, 모른 척 하지 말 걸. 무조건 달려가 만날 걸, 걸, 걸, 걸… 놓친 순간이 많기도 많다. 괜히 쓸쓸함이 몰려온다. 이 좋은 계절에 쓸쓸함이라니! 이럴 때는 특별한 음식으로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 그 특별한 음식의 재료는 바로 ‘달래’다.
얼마 전 남도에 사는 어떤 이로부터 달래가 날아왔다. 집 뒤 밭둑에 달래가 지천이라며, 겨울을 견딘 녀석들이 어찌나 기특한지 모른다며, 넉넉한 양의 달래를 보내주었다. 시장에서 만나는 그런 달래가 아니었다. 실한 녀석들이 싱싱한 얼굴로 내게 왔다. 지난 겨울 얼마나 혹독했던가? 그 추위를 견딘 달래의 씩씩한 생명력이 전해지는 듯 했다.

◇ 달래김무침은 궁중요리

그 달래로 가장 먼저 ‘달래장’을 만들었다. 달래장은 간장에 달래를 듬뿍 넣고 깨소금과 고춧가루, 참기름을 조금 넣으면 완성된다. 흰 밥을 지어 달래를 듬뿍 건져 비빈 후 김에 싸서 먹었다. 이 맛이야, 말을 해 무엇 하리!
다음으로는 ‘달래김무침’이다. 이건 꽤 유명한 요리선생님에게 배운 궁중요리인데 정성이 필요한 복잡한 요리다. 그래서 간편한 방식으로 개량했다. 씻은 달래를 적당한 크기로 썰고 멸치액젓, 깨소금, 고춧가루, 파, 마늘을 조금 넣어 버무려 놓는다. 먹기 직전에 기름 발라 구워 파는 김을 부셔서 달래와 무치면 완성이다. 워낙은 한 장 한 장 기름에 재운 김을 정성껏 구워 써야 하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밑반찬 하나에 그 정성은 못 바친다. 그래서 나름 머리를 써서 ‘개량한 달래김무침’이지만 궁중요리였다는 본성을 감추지 못하는 듯 감칠맛에 맨입으로 먹어도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울 정도이며 막걸리 안주로도 좋다.
이제 달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달래에 냉이 한 줌을 넣어 ‘달래냉이전’을 부쳤다. 달래와 냉이를 송송 썬 후 밀가루를 넣고 약간의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물을 부어 가면서 반죽을 한다. 씨를 털어낸 홍고추를 쌀알만 하게 송송 썰어 넣으면 색감이 좋다.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한 수저씩 떠 넣어 부친다. 부침을 할 때는 비교적 센 불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야 바삭하게 익는다.

◇ 홍고추 썰어 넣은 달래전

춘곤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달래만한 게 없다. 따뜻하고 매운 성질을 가진 달래는 한방에서는 보혈약재로 쓰인다. 또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다. 철분도 많아 빈혈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능도 있다.
노릇하게 부쳐낸 ‘달래냉이전’을 한 조각 맛보니, 향기로움이 입안에 가득 번진다. 혼자 먹기 아까운 마음이 든다. 이웃 할머니께 나눠 드릴 생각을 하며 혼자 빙그레 웃는다. 달래 한 웅큼으로 밥상에는 다사로운 봄기운이 가득하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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