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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격주간 제75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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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전국4-H회원 사이버백일장 은상 수상작] 섬마을 4-H 융키농장 감자 농부 탄생기 |
임승아 인천신현고등학교4-H회
어느 6월 초의 토요일 창밖 햇볕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다. 휴대폰 사진을 정리할 겸 사진을 넘겨 보니 나의 열일곱 봄날이 감동적인 휴먼 다큐멘터리 같이 느껴졌다.
신현고4-H회 이름은 귀여운 융키다. 자연과 인간, 도시와 농촌, 장애와 비장애, 다문화가 융합하는 것이 미래의 키워드라는 융키라는 이름의 매력에 이끌린 것일까? 다른 동아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4-H융키에 지원서를 내게 되었다.
3월 말. 우리는 새로 산 고무장화를 소중히 안고 기대감에 부풀어 섬마을 장봉도의 융키농장으로 향했다. 섬에 도착해 우리에게 선뜻 밭을 내어주셨다는 할아버지가 운전해주시는 승합차와 마을 주민께서 지원해주신 오픈카라 부르던 트럭을 타고 농장으로 향했다. 40여 분 만에 도착한 할아버지의 집 옆에 우리들의 밭이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는 넓은 거실에 둘러앉은 우리는, 싹이 난 감자를 칼로 듬성듬성 도려내는 일했고, 잘라낸 감자가 토끼 같다는 둥 강아지 같다는 둥 하며 사진을 찍어대며 즐거워했다.
드디어 우리는 넓은 밭으로 갔다.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땅을 딱 마주했을 때,‘아, 여기가 우리 땅이구나. 여기서 농작물을 수확하겠구나. 재밌겠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심기 전에 반드시 땅을 일궈야 하는 법. 작년에 고구마를 심었다는 밭에는 비닐이 여기저기 널려있어서 땅속에 묻힌 비닐을 줍고 또 주워야 했다. 마냥 재밌을 것만 같던 밭 갈기는 직접 해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농기구를 다룰 줄도 모르는 우리는 결국 고랑을 삐뚤삐뚤 만들었고, 가다가 고랑이 사라지기도해 선생님께 조금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삐뚤삐뚤한 고랑도 나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것이라 나름 애정이 갔다.
다음으로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퇴비를 나르고 밭에 골고루 뿌려주려니 허리가 휘어서 펴지지 않을 정도였고 울음이 터질듯했다. 넓어 보이던 밭도 함께 하니 일찍 끝났고, 땀을 흘린 뒤의 점심은 꿀맛이었다. 점심을 먹고 쉬는 것도 잠시, 우리는 배 시간 때문에 일어나 감자 심기를 하였다. 한 사람은 쇠막대로 흙에 구멍내기, 한 사람은 호스로 물주기, 한 사람은 감자 넣기, 또 한 사람은 삽으로 흙덮기를 하며 일을 끝냈다. 고구마는 오늘 심지 않고 오월 말이 되어서야 심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드디어 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두 달 후 우리는 밭에 고구마 순을 심으러 갔고 몰라보게 무성해진 감자밭을 보며 깜짝 놀랐다. 감자에 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감자 꽃 위를 나비까지 춤추니 마치 풍년을 기도하듯 축하 공연을 하는 것 같았다.
오전에는 고구마순 심기를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여유도 부렸다. 무성하고 큰 덩치의 감자에 비해 잘 못자란 것을 볼 때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 순간 어느새 ‘내가 농부가 되었나?’하며 스스로 놀랐다. 오십 몇 년 만의 가뭄에도 물 한 번 주지 않은 우리 감자가 잘 있다는 소식을 매주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 오셔서 보여주실 때마다 우리는 감탄하며, 감자가 땅 속에서 이 가뭄에 얼마나 자랐는지 너무 궁금했다. 처음 수확물만 생각하고 어설펐던 도시 농부의 마음이 이제는 토실토실 잘 자라 주는 감자에 대한 고마움으로, 기다려주는 여유로, 수확의 기쁨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진정한 자연 농부의 마음으로 변해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래. 4-H란 이런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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