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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1 월간 제75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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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한국사 이야기] 아버지가 전 재산을 딸에게만 물려준 이유 |
고려 제23대 왕 고종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수사공상서좌복야’라는 높은 벼슬을 지낸 손변이 경상 안찰사로 내려갔다. 그는 매사에 공정하고 성격이 강직할 뿐 아니라 백성들을 잘 다스려서 백성들에게 금세 인기를 얻었다.
어느 날, 손변은 남동생이 누나를 상대로 건 재판을 처리하게 되었다. 남동생의 말을 들어 보니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전 재산을 자기 누나에게만 물려준다는 유서를 남겼다는 것이었다.
“너한테는 아무것도 유산으로 남기기 않았느냐?”
손변이 묻자 남동생이 대답했다.
“아버지가 저한테는 고작해야 옷 한 벌과 갓 하나와 신발 한 켤레와 종이 한 권만 물려주셨습니다. 누나나 저나 아버지에게는 다 같은 자식인데, 어째서 누님에게만 전 재산을 물러주고 저한테는 돈 한 푼 남기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누님에게 제 몫의 재산을 돌려 달라고 재판을 걸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틀림없이 제게만 전 재산을 물려주신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 내용이 이 유서 안에 들어 있습니다.”
손변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는 조용히 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너희는 몇 살이었느냐?”
“누님은 시집을 가셨고, 저는 일고여덟 살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너희 어머니도 같이 계셨느냐?”
“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손변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모의 마음은 아들에게나 딸에게나 똑같다. 시집간 딸이라고 해서 후하게 주고, 어린 동생이라고 해서 박대하였겠느냐? 거기에는 까닭이 있었을 것이다. 너희 아버지는 아들이 의지할 사람은 자기 누나밖에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누나나 동생이나 똑같이 유산을 나누어 준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아마도 누나가 동생을 정성을 다해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일단 누나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고 동생에게는 옷과 갓과 신발과 종이를 남겨 주었다. 그것은 동생이 어른이 되면 종이에 소장을 쓰고, 옷을 입고, 갓을 쓰고, 신발을 신고 관가에 가서 재판을 걸라는 뜻이었지. 관가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알고 제대로 재판을 해 줄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손변의 말을 듣고 남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나가 자기 재산의 절반을 뚝 떼어 남동생에게 나눠 주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짐작했겠지만 고려 시대에는 아들과 딸을 가리지 않고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장남과 차남이라고 해서 차별을 하지도 않았다. 관가에서는 이 상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잡아들여, 곤장 20대부터 강제 노동 2년까지의 형벌을 주었다.
당시에는 노비와 토지가 주요 재산이었는데, 시집간 딸이 재산을 물려받아도 그 남편의 재산과는 엄격히 구분되었다. 만약에 부부가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났다면, 그 재산은 각각 본가의 자손에게 나누어 주었다. 재산 상속의 원칙은 제사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장남이 제사를 모시는 게 아니라 형제자매가 돌아가며 똑같이 제사를 지냈다. 고려 시대야말로 여성들도 남성들과 똑같은 권리를 누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 와서 여성의 지위는 남성보다 낮아지고 말았다.
조선의 건국이념은 성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이념에 따라 남성은 여성보다 지위가 높고,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해야 한다고 여겼다.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인 17세기 이후부터는 예학을 따지고 가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가문에서는 장남 중심이 되어, 재산도 장남 위주로 물려주게 되었다. 더구나 양반들의 살림 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져, 장남이 제사를 지낸다는 명분으로 장남에게만 재산을 물려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여성들은 재산 상속에서 제외되었고, 이제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신현배 / 아동문학가, 시인〉
♠ 브라질과 미국에는 부자들이 남긴 별난 유언장이 있다면서요?
유언장에는 누구누구에게 자기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내용이 씌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후레로스는 미리 유언장을 써 놓아 친척들을 실망시켰다. 그는 결혼하지 않아 가족이 없었다.
‘나의 전 재산을 내 사랑하는 개 오스팔에게 물려준다.’
오스팔이 병을 앓다가 죽자, 후레로스는 다시 유언장을 썼다.
‘나의 전 재산을 내 사랑하는 거북 페페에게 물려준다.’
친척들은 유언장의 내용을 듣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북은 오래 사는 동물이어서 자신들이 거북보다 먼저 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한 부자는 1880년 세상을 떠나며 아주 특이한 유언장을 남겼다.
‘나의 유언 상속 집행자는 헌 바지 71벌을 뺀 나머지 재산을 조카들에게 나누어 주기 바란다. 헌 바지 71벌은 경매에 붙여 가장 비싼 값에 사겠다는 사람에게 팔아라. 그 대신 한 사람에게 한 벌 이상 팔지 못한다. 여기서 생긴 돈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유언 상속 집행자는 부자의 뜻대로 유산을 처분했다. 그런데 경매에서 헌 바지를 산 사람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바지 주머니마다 천 달러의 돈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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