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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1 월간 제74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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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비디오] 봄,눈 |
눈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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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은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함이 한 순간에 당연하지 않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당연함은 바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
겨울에 내리는 눈은 곧고 날쌔다. 하지만 계절을 떨치지 못하고 내리는 봄눈은 어딘가 가냘퍼 보이고 땅에 닿자마자 금방 녹아버린다. 계절의 이치가 어긋난 봄눈, 이 영화는 바로 그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봄눈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함이 한 순간 무너지고 그 슬픔에서 벗어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렸다. 그 당연함은 바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순옥(윤석화)’은 너무나 평범한 어머니다. 시집간 딸과 아직 철없는 아들, 그리고 보살펴 줘야할 것 같은 막내를 둔 엄마다. 거기에 철부지 남편과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가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내이며 딸이다. 순옥은 그런 걱정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다. 새벽 버스에서 부족한 잠을 달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첫 출근에 가슴 설레는 소녀이기도 하다. 그런 순옥에게 얼마 살 수 없다는 시한부선고가 내려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른 이별 영화와 너무나 비슷한 전개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과연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봄눈’같은 요소가 무엇일까 한 번 집어보자.
일단‘봄눈’은 극적인 요소가 없다. 각 인물과 ‘순옥’의 관계를 극적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냥 현실적으로 보이는 대로 카메라를 가져다댄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 안에서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대사들을 쏟아낸다. 이 부분은 이 영화가 오히려 작위적일 수도 또는 오히려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상황들에서 가장 놀라운 관계를 구현한 부분은 순옥과 바로 순옥의 어머니와의 관계이다. 이미 나이가 너무 들어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노모가 순옥에게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두려움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노모는 자신보다 먼저 갈 수밖에 없는 딸에게 자신의 늙은 삶속에서 찾아낸 죽음의 의미를 가르쳐준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렇듯 순옥 역시 어머니로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바로 자신이 경험하고 준비한 일을 그대로 전해줄 뿐이다.
‘봄,눈’은 특별한 이야기 같지만 자연의 이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가 슬퍼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평범한 이치일 뿐이다. 그‘봄눈’에 이 관조적인 입장과 당연함은 바로 어머니 순옥을 바라보는 남편 ‘이경영’의 시선과 닮아 있다. 우리가 흘려야 하는 눈물은 죽음의 슬픔보다는 당연한 삶의 고통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 삶의 이치를 다해가기 위해서 우리는 최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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