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1 월간 제741호>
[4-H 강단] 21세기 청소년정책의 방향과 기조 ①

배 규 한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청소년정책 국가발전과 미래창조에 기여해야

어느 철학자는 “청소년을 보여 다오. 그러면 그 나라의 미래를 알려 주겠다”고 말했다. 오늘 한국 청소년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금 우리는 과연 그들을 우리의 미래로, 우리의 희망으로 보고 있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청소년’하면 으레 “청소년은 아직 미숙하고 덜 성숙한 임시적 존재이며, 자라면서 점차 성인의 모습을 닮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대개 사회규범을 잘 지키려 하지 않으며, 문제행동을 지향하는 경향이 크다”고 오해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항상 부모나 교사 또는 성인들의 보호와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 많은 경우 청소년들의 행동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기준으로 이와 다른 것은 무조건 일탈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성장 환경과 경험은 기성세대와 다르고 시대도 획기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기성세대의 틀에 맞추어 청소년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청소년은 과거의 기성세대와 다를 뿐 아니라 살아갈 미래도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정책은 새로운 사회 환경과 올바른 청소년 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 그리고 과연 국가발전과 새로운 미래창조에 기여하고 있는가?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글은 먼저 사회적으로 청소년은 어떤 존재인지 살펴본 후, 이 시대에 왜 청소년정책이 특별히 중요한지, 그리고 21세기 청소년정책의 방향과 기조는 어떠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회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 인간은 환경 속에서 사회화 된다.
인간도 태어날 때는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몸이 자라고 세월 따라 생각이 성숙해 가면서 다른 동물과 전혀 다른 만물의 영장이 된다. 이처럼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과정을 사회화(socialization)라고 한다. 사회화란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끊임없는 모방과 학습을 통해 잠재적인 능력을 계발함으로써 자신의 인성(personality)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사회화란 개인을 사회의 조직적 생활양식에 적응시키는 문화전수의 과정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사회화란 개인의 생존 욕구와 사회유지를 위한 필요에 따라 그 사회의 문화적 내용들을 각 개인 속에 심고 일구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요컨대, 인간은 사회화 과정을 통하여 동물적 개체에서 사회적 구성원으로 성숙해 가며, 이러한 과정은 개인이 성장하는 환경과 사회제도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균형과 일관성 속에 잘 이루어진 사회화 과정은 원숙한 사회인을 길러내지만, 모순과 혼란으로 점철된 사회화 과정은 뒤틀린 인성의 일탈자를 낳게 된다.
□ 사회는 규범과 제도 통해 작동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 삶의 방식이 자율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어떤 틀 속에서 주어진 규범에 따라 살아간다. 사회생활을 규정하는 수많은 규범들은 사회마다 또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나름대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상호 관련된 규범들의 체계를 사회제도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속한 사회의 규범과 제도를 익히며, 그 틀 속에서 살아간다. 동시에 사회제도란 인간들의 상호작용 과정을 통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고 변화한다. 인간은 사회제도의 틀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사회제도는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제도의 수인(囚人)인 동시에 창조자인 셈이다.
사회란 개인과 개인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 의해 생겨난다. 상호작용이란, 작용이 있고 그에 대한 반작용이 한데 묶여서 이루어지는 ‘행위의 주고받음’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반복하여 일어나게 되면 어떤 규칙 또는 질서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정한 유형이 자리 잡게 되는데, 이렇게 유형화된 상호작용을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ship)’라 일컬으며, 사회적 관계는 곧 개인의 사회적 지위(남녀, 약혼자, 부부, 자녀 등)를 낳게 된다.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유형 또는 형식을 ‘사회제도’또는 ‘사회조직’이라고 한다. 그 사회조직의 틀 잡힌 모습이 하나의 뚜렷하고 체계적인 뼈대를 지니고 있을 때는 ‘사회구조(social structure)’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사회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핵심적 요인은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이다.
사회를 개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겨난 삶의 장(場), 곧 ‘그릇’이라 한다면, 문화는 이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라 볼 수 있다. 문화는 사회의 성원들이 그들의 생활을 통하여 배워 공유하고 따르게 된 전통의 묶음이며 의식(儀式)과 믿음의 총체이다. 그러므로 문화란 사람 사는 모습의 전부, 즉 지식, 믿음, 느낌, 가치관, 행위의 규범 등 상징적이고 제도적인 것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라든가 도구, 의식주의 수단 등 물질적인 것까지 다 포함하는 인간 삶의 형태 또는 생활양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환경 속에서 적응하여 생존하기 어려운 갖가지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문화를 만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는 항상 변화한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동안 인간들은 과거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나름대로의 창의적 변용을 가미하기 때문이다. 변화의 속도나 폭, 그리고 깊이 등은 시대에 따라 사회마다 다르지만,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보태는 인간의 문화적 재창조는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사회의 제도나 조직, 문화 등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개인의 상호작용 및 지위와 구실에 따른 사회적 관계, 그리고 변화하는 인간 삶의 형태에 의하여 형성된다. 그러나 일단 제도화가 이루어지면 개인은 일생을 통하여 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일관된 제도의 틀 안에서 큰 갈등 없이 편안하게 살아간다.

지금 왜 청소년정책이 특별히 중요한가?

□ 정책이 ‘놀라운 10대’, ‘무서운 10대’ 갈라
최근 한국의 청소년들은 ‘놀라운 10대’와 ‘무서운 10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우리 청소년의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은 ‘강한 사회적 성취요구’와 ‘자기중심의 선택적 행동’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자라났으되, 서로 다른 유형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 사회적 규범과 행동양식을 길러주는 사회화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서운 10대’가 나타나는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사회화의 주요 대행자였던 가정과 학교, 지역공동체 등은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화 기제는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 뉴미디어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들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는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
무한한 잠재력과 열정을 지닌 우리 청소년들을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새로운 사회화 메커니즘을 모색하고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미래 사회의 발전 동력은 바로 청소년들에게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사회를 맞이하여 핵가족, 공식교육, 대의민주주의 등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형성했던 것처럼 이제는 정보사회에 부응하는 새 가족형태와 구성원 간 상호작용양식, 자기탐구적 평생학습제도, 뉴미디어 시대의 사회규범과 윤리, 네트워크 시대 공동체적 삶의 양식과 사회통제 방식 등을 창안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청소년정책이 중요한 것이다.
 〈다음호 계속〉

※ 위 글은 지난달 17일 개최된 2012 청소년정책방향 정립을 위한 대토론회 기조강연 내용으로 4-H지도자의 청소년정책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3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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