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1 월간 제741호>
[시네마&비디오] 50/50
죽음 앞에 선 색다른 인물

영화‘50/50’은 삶을 바라보는‘진실성’과‘또 다른 시선’을 통해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부러진 화살’, ‘도가니’ 등 작은 영화들이 큰 논란을 만들고 있다. 정치적인 색깔은 없지만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50/50’은 작은 영화들이 갖고 있는 미덕을 갖고 있다. 그 미덕의 핵심은 ‘진실성’과 ‘또 다른 시선’이다. 그리고 그 핵심을 만들어 가는 요소는 바로 인물이다. ‘조셉 고든’이 연기한 ‘아담’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독특한 암 환자 역할이다. 그 독특함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칠 정도다.
담배도 술도 건강에 해로운 것을 자제하며,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 ‘아담’은 어느 날 허리 통증을 느낀다. 사고가 걱정되어 운전면허도 따지 않는 우리 주인공이 받은 진단은 50% 생존 확률의 척추 암이다. 암을 진단한 의사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아담’에게 암진단을 선고한다. 그리고 이제 아담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세상에 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암 선고 전후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PD로 일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바닥을 기고 있는 청취율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을 요구하고, 전시회 때문에 정신없는 화가 여자친구는 병원까지 운전해 주는 것이 다였다. 절친 ‘카일’은 언제나처럼 여자를 찾아다닌다. 심지어 ‘카일’은 술집에서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친구가 암이 걸렸다는 사실을 이용하기까지 한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엄마는 다른 방식으로 ‘아담’을 귀찮게 할 뿐이다. 암에 걸린 ‘아담’은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찰자가 되어 버린다. 동정을 주기도 호기심을 주기도 하지만 그 뿐이다. 누구도 ‘아담’의 마음속에 들어와서 위로해 주지 못한다. ‘50/50’을 보는 즐거움이며 고통이 바로 이 부분이다. 세상에 동정은 없다. 그리고 현실의 세상은 여분의 자기를 투여하며 누군가를 동정하길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아담’에게 현실적이며 자기만 생각하는 초보심리학자 ‘캐서린(안나 켄드릭)’이 나타난다. 그녀는 아담을 동정하려 하지도 않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척하지도 않는다. 암에 걸린 아담을 그냥 일상처럼 대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는 ‘아담’에게서 삶의 위로를 받고 아담을 사랑하게 된다.
‘50/50’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 이외에 드라마틱한 설정은 없다. 하지만 ‘아담’이 바라보는 시선은 극적인 드라마보다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당신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어쩌면 인생은 그 몇 명과 만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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