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 서 회원 〈전남 나주 세지중학교 2학년〉
세지중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쯤 지난 4월의 어느 날,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집 막내가 우리 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총회에 따라갔다 집으로 돌아와서 기쁜 소식이 있다고 팔짝팔짝 뛰며 귀가하던 나를 반기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던 나는 엄마께 무슨 일이 있었냐고 여쭤보았고 엄마는 빙그레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며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길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날 우리 학교4-H회 선생님이셨던 과학선생님께서는 내 동생이 동물을 좋아한다 는 얘기를 들으시고는 학교 숲 병아리 사육장에서 자연부화한지 일주일이 채 안 된 병아리를 주시기로 하셨다.
평소 동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던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기겁을 했고 엄마는 이번 기회에 생명의 변화와 그 소중함에 대해 알아보고 동물에 대한 두려움을 좀 없애 보라 하시며, 이제 얼른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하시며 내 등짝을 퍽퍽 치셨다.
책상에 자리하고 앉아 병아리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학교과제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4-H회 선생님께서는 지난 학부형 총회 날 있었던 동생과 주고 받은 편지를 보여 주시며 병아리를 분양해 주시겠다고 했다.
4-H회 선생님께선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보라색 새장을 사육장 한편에서 꺼내와 깨어난 지 일주일이 채 안된 노오란 솜털이 뽀송뽀송 나있던 병아리 두 마리를 담아 주셨다.
새장에 넣자 병아리가 평상시에 있던 곳이 아닌데다 어미 닭과 떨어지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계속해서‘삐악~ 삐악’큰 소리로 울어대는가 하면 새장 바닥 여기저기에 똥을 ‘픽~ 픽’싸대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일부러 병아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담아두려 했던 것이 깨지는 순간 이었다.
그래도 이왕 우리 집 아파트로 이사 온 이상 나는 정성을 들여 보기로 맘먹고, 집에 돌아와 신문지를 깔아주고 먹이와 물을 조금 주고 나서 새장에 붙어있던 거미줄들을 떼어내자 냄새도 덜하고 보기에도 훨씬 좋았다.
처음에는 먹이로 물에 밥을 말아서 줬는데 밥은 몇 번 찍어 먹더니 커서 먹기가 불편했는지 먹지를 않고 계속해서 물만 마시는 것이었다.
갑자기 병아리가 굶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나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 중 하나인 생쌀을 택했다.
쌀을 한 움큼 꺼내다가 마늘 빻는 사발에다 넣고 열심히 빻았다.
그리고 동생의 소꿉놀이 그릇에다 빻은 쌀을 담아 새장에 넣어 줬더니 병아리 들이 아주 맛있게 먹어 흐뭇했다.
병아리가 새 식구가 된 이후로 우리 집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침이면 잘 떠지지 않고 무겁기만 하던 눈꺼풀이 거실에서 병아리들이 삐악거리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그때마다 내 동생은 벌써 일어나 병아리들에게 먹이를 채워 주고 있었다.
하루 만에 적응을 했는지 전날처럼 “빽빽” 울어대지도 않고 똥도 덜 싸서 냄새도 덜 났다.
아침마다, 또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마다 병아리를 관찰하는 데에 푹 빠져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병아리의 날개가 유난히 하얘진 것을 발견했다.
병아리를 같이 받았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는 나보다 1~2주 정도 더 큰 병아리를 받아서 벌써 작은 벼슬 같은 것이 나왔다고 했다.
내 것도 빨리 커서 그 만큼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너무 부럽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내 동생이 아직 어려선지 수두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우리 가족은 전염을 우려해 이산가족이 되어 생활하기로 했고, 잠깐 할아버지 댁에 가 있었다.
그 때 동생이 병아리를 할아버지 댁으로 데려갔는데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시골 주택의 공기를 쐬니 들떠서인지 ‘푸드덕 푸드덕’ 거려서 동생이 잠깐 마당에 풀어주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자 병아리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기뻐 날뛰었다고 한다.
병아리를 키우게 된 이번 일을 계기로 너무 뻔한 얘기 같지만 정말로 생명의 존귀 함과 소중함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되었고 동물을 무턱대고 싫어했던 지난 시절의 내 행동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동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와, 이제 겨우 4개월여 기간이 지날 만큼 새내기 4-H회원으로 활동 하고 있지만 벌써 나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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