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월간 제734호>
[시네마&비디오] 업 (Up)

눈이 아닌 가슴을 현혹시키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칼은 꼬마 탐험가 러셀과 함께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 폭포 여행을 감행한다.

몇 달 전 아직은 나이를 달이 바뀌는 숫자로 계산하는 딸과 함께 극장을 갔다. 제목은 ‘쿵푸팬더 2’였다. 하지만 아이가 무섭다고 울어버리는 바람에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극장을 나왔다. 불구경, 싸움구경, 그리고 물 구경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볼거리라는 옛말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그 볼거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쿵푸팬더2’는 불을 뿜어내는 싸움과 복수, 살인이 모두 존재했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어린이 영화처럼 포장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한편이 떠올랐다. 바로 ‘업’이다. 딸아이는 벌써 ‘업(Up)’을 이야기를 외울 만큼 여러 번 봤다.
바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그곳에 있다. ‘업(Up)’은 ‘토이즈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등을 만든 전문 애니메이션 회사의 ‘픽사’의 작품이다. 항상 ‘픽사’는 불을 뿜어내는 싸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든 어른이든 마음을 움직여서 눈물을 쏙 빼내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토이즈 스토리’가 항상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줬던 것처럼….
세계대전, 대공항이 있던 20세기 초의 미국. 아이들은 찰스 먼츠처럼 탐험가가 되기를 꿈꾼다. 그 아이들 중에는 우리의 주인공 칼과 엘리가 있다. 자유분방한 엘리와 고지식한 집안의 칼은 서로의 꿈을 키우며 순식간에 자라서 결혼을 한다. 그리고 찰스먼츠가 발견한 파라다이스 폭포를 가기 위해서 돈을 모은다. 하지만 아이가 생겼다 사리지고, 자동차 타이어가 펑크가 나고, 폭풍우에 집이 무너지고…. 너무나 사소한 일상들이 그들의 꿈을 가로 막는다. 시간은 한 순간에 그 아이들을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만든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처럼 그들은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한다. 그때 또 할머니 엘리가 병들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혼자 남은 칼, 이미 자신의 집 주변은 빌딩으로 바뀌고 있지만 엘리와 함께 만든 추억의 집을 지키며 고지식한 동네 할아버지로 살아간다. 뜻하지 않는 사고로 요양원으로 가야할 운명을 맞이한 칼은 결국 추억이 가득한 집을 풍선으로 날려서 파라다이스 폭포로 가는 일을 감행한다. 그런데 그 여행에는 꼬마 탐험가 러셀이 동행한다. 풍선을 달고 하늘을 나는 집은 폭풍우를 만나면서 꿈에 그리던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자신의 우상이었던 찰스먼츠를 만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빠지는데….
‘업(Up)’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피트닥터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칸느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될 만큼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업(Up)’의 가장 큰 매력은 훌륭한 감독, 최고의 영화제의 개막작이라는 겉모습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고 나서 행복한 눈물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을 현혹시키는 영화가 아니라 가슴에 온기를 불어 넣는 영화 ‘업(Up)’은 싸움을 기본 줄거리로 하는 ‘트랜스포머’나 ‘해리포터’와는 다른 세상을 선사할 것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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