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1 월간 제734호>
[4-H인의 필독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유쾌·상쾌·통쾌한 행복에너지 충전

어떤 책이 좋을까? 꽤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무조건 좋은 여름방학이지만 슬슬 지루해질 시점이니 짜릿한 뭔가가 필요할 듯해서다. 재미있는 건 당연하고 유쾌, 통쾌하면서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줄 책을 찾던 내가 도서관의 책더미에서 건진 보석 같은 책, 바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철사를 끼운 듯 옆으로 쫙 뻗어 있는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외화프로그램에 등장하던 바로 그 ‘말괄량이 삐삐’다.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삐삐는 1945년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주인공으로 태어났다.
이 책의 저자인 린드그렌은 딸아이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출간하려고 했지만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출판사의 우려 때문에 출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은 출간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영화와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
삐삐의 원래 이름은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셰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 롱스타킹’이다. 주인공의 이름만큼이나 동화는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삐삐의 엄마는 천사이고 아빠는 식인종의 왕이다. 엄마는 삐삐가 갓난아기였을 때 돌아가셨다.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는 삐삐는 종종 하늘에 대고 손을 흔들며 말한다. “엄마, 내 걱정은 마세요. 난 잘하고 있으니까.” 선장인 삐삐 아빠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날 바다 속으로 사라졌지만 삐삐는 아빠가 식인종 섬에 도착해 식인종의 왕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삐삐는 말이나 암소를 번쩍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세지만, 졸릴 때는 자신의 몸을 토닥이며 스스로 자장가를 부른다. 뒤죽박죽 별장에서 혼자 사는 삐삐는 늘 즐겁고 신이 난다. 옆집에 사는 토미와 아니카와 함께.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짓말을 늘어놓는 삐삐에게 토미와 아니카가 이렇게 말을 한다.
토미가 말했다. “너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거지?” 삐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거짓말이야.” 아니카는 그제야 겨우 용기를 내어 한마디 했다. “거짓말은 나빠.” 삐삐는 한층 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거짓말은 나빠. 하지만 난 가끔씩 그 사실을 까먹지 뭐니.”
삐삐의 거짓말은 남을 속이거나 괴롭히기 위한 게 아니다. 그저 엉뚱하게 꾸며 낸 또 하나의 재미난 이야기, 유쾌한 상상이다.
아홉 살짜리 여자가 혼자 살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을사람들은 삐삐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어느 날 삐삐를 찾아온 경찰관은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삐삐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어린이이고 여기는 내 집이에요. 그러니까 이 집은 어린이 집이죠. 여긴 나 혼자서 살고도 남을 만큼 넓어요.”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방학이 없는’ 삐삐가 ‘방학 때문에’ 학교에 간다. 그러자 선생님은 삐삐의 실력을 테스트 하기위해 몇 가지 질문을 한다.
“7 더하기 5는 몇이지?” 삐삐는 놀라고 당황하여 선생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요. 선생님도 모르는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중략)…선생님이 말했다. “7 더하기 5는 12란다.” “그것 봐요! 잘 알고 계시면서 왜 물어 보셨어요?” 선생님은 삐삐의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계속 질문을 했다. “그럼 삐삐, 8 더하기 4는 몇이니?”, 삐삐는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한 67쯤?” “아니야. 8 더하기 4는 12란다.” 삐삐가 말했다. “ 선생님 이건 정말 너무해요. 아까는 7 더하기 5가 12라고 하셨잖아요.”
삐삐의 기상천외한 행동과 상상력은 계속 된다. 어떤 날은 페파카코르라는 스웨덴 과자를 만든다며 온 집안을 밀가루 범벅으로 만들고, 서커스 구경을 가서는 서커스 단원보다 더 신기한 묘기를 펼친다.
또 집에 몰래 들어온 도둑들을 통쾌하게 혼내 주고, 불 난 집의 아이들을 홀로 구해내기도 한다. 삐삐의 생일 파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 토미와 아니카에게 삐삐는 큰 소리로 말한다.
“난 커서 해적이 될 거야. 너희들은?”
더워서 의욕이 없다면, 뭔가 재미있는 일을 찾고 있다면, 읽자! 날마다 심심한 어린이들과 앞으로 무엇을 할지 꿈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 추억 속으로 여행하고 싶은 어른들이 함께 ‘삐삐’를 만나 놀이 한 판을 펼쳤으면 좋겠다.
불만과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지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읽는 동안은 마법처럼 몸과 마음에 행복에너지가 넘칠듯하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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