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재 회원 〈전북 전주제일고등학교 3학년〉

재작년 봄의 일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의 아시는 분이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시는데 그분의 일손을 도와드리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여 과수원으로 출발했다.
그 날은 복숭아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는 날이었다. 과수원에 도착해서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가지치기를 하기 위해 안전장비를 갖추고 밭으로 들어갔다.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복숭아나무에 복숭아가 너무 많이 열리면 복숭아의 상품적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적당히 가지치기를 해서 복숭아의 상품적인 가치를 올려주기 위한 작업이다.
나는 아저씨가 주신 전정 가위로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열심히 잘랐다.
처음엔 뭘 잘라야 할지 몰라서 잘라서는 안 되는 가지도 자르는 큰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아저씨가 가르쳐주시는 대로 침착하게 따라하니 별 어려움 없이 가지치기를 할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가지치기 작업이 낯설었지만 큰 무리 없이 끝났다.
과수원 아저씨는 나의 작은 일손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며 여러 번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저씨 일을 도와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얼마 후 복숭아꽃의 솎아내기를 하기 위해 다시 과수원을 찾아갔다. 한번 와봐서 그런지 복숭아 과수원이 너무 친근했다.
꽃 솎아내기는 복숭아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한다.
이번에는 별 어려움 없이 꽃 솎아내기를 끝냈다.
너무 쉽고 빨리 끝나서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복숭아가 어떻게 수확이 되는지 궁금해서 끝까지 하기로 하고 아저씨께 복숭아가 수확될 때 쯤 다시 불러 달라고 부탁드렸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복숭아를 수확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엄청난 기대를 안고 과수원으로 갔다. 과수원에 도착하니 언제 자랐는지 복숭아들이 큼지막하게 나무에 달려 있었다.
이제 이것들을 내 손으로 수확한다는것에 너무도 신이 났다. 먼저 장갑을 끼고 토시를 한 다음 아저씨께 복숭아를 수확하는 방법을 배웠다.
먼저 복숭아는 작은 힘에도 흠이 가기 쉬운 과일이므로 조심해서 따야한다고 했다. 복숭아가 조금이라도 손자국이 남는다면 그것은 상품적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냥 그 자리에서 먹어야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복숭아를 딸 때에는 복숭아 꼭지를 짧게 잘라야 한다고 하셨다. 꼭지가 길 경우 다른 복숭아를 찔러서 복숭아에 흠이 가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 이제 실전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먼저 복숭아 꼭지를 잡고 아저씨의 말대로 짧게 잘랐다. 내가 혹시 실수라도 한 것은 아닌지 아저씨께 물어보니 잘 했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난 자신감이 생겨서 복숭아를 따는 속도가 빨라졌다.
복숭아를 따면서 아저씨께 제가 없는 동안 복숭아를 어떻게 관리를 하셨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복숭아는 표면이 약해서 벌레들로부터 상하기 쉬운 과일이라 꾸준히 약을 뿌리고 매일 상태가 어떤지 체크를 하셨다고 했다.
복숭아를 재배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며 다시 복숭아 따기를 계속해 갔다. 그렇게 아저씨와 열심히 복숭아를 따다보니 해가 저물었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복숭아를 모두 수확할 수 있었다.
나는 집에 가기 전에 내가 딴 복숭아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 궁금증을 못 참고 아저씨께 여쭤 보았다. 이 복숭아들은 겉에 있는 털들을 다듬기를 한 후 깨끗하게 씻은 다음에, 크기에 따라 분류해서 크기에 맞는 상자에 넣는다고 하셨다.
이 작업에서도 복숭아에 흠집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티로폼을 사용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상자에 상표를 부착한 후 복숭아를 판매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란다. 우리가 집에서 사먹는 과일들이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집으로 가던 중에 나는 생각했다.
모든 일에 쉬운 일은 없다는 것과 우리가 손쉽게 살 수 있는 과일들이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거쳐서 우리의 먹거리가 된다는 것에 놀라웠다.
앞으로 과일을 먹을 때 마다 과일을 수확하느라 힘드신 분들을 생각하면서 감사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수확한 복숭아들이 좋은 상품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