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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월간 제73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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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비디오] 걸리버 여행기 |
‘잭 블랙’만 있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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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는 잭 블랙을 위한 잭 블랙에 의한 영화로 그의 매력이 한껏 발산 되었다. |
영화를 보는 이유는 훌륭한 감독이 만든 영화라서, 혹은 관객이 많이 들어서, 혹은 배우가 멋있어서 등등 매우 많다. ‘걸리버 여행기’를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배우가 웃겨서다. ‘스쿨 오브 락’, ‘내게 너무나 가벼운 그녀’ 등을 봤다면 ‘잭 블랙’이란 배우의 매력을 충분히 알 것이다. 잭 블랙은 ‘미트 페어런츠’의 ‘벤 스틸러’, ‘덤앤더머’, ‘케이블가이’ 등의 짐캐리와는 다른 형태의 코미디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걸리버(잭 블랙)는 뉴욕의 신문사에서 10년째 우편 관리만 하고 있다. 별 볼 일 없고, 평범한 배불뚝이 노총각이다. 그는 여행면 편집자 달시(아만다 피트)를 짝사랑하지만 말 한마디 할 용기가 없다. 어느 날 달시 앞에서 허풍을 떨다가 그만 자신의 여행 글쓰기에 대한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버뮤다 삼각지대로 여행을 시작한다. 걸리버 혼자 작은 보트를 타고 가던 중 급류에 휘말리게 되고 소인국 릴리풋에 표류한다. 걸리버는 릴리풋에 침입하는 적들을 물리치면서 영웅으로 거듭난다. 영웅이 된 걸리버, 그가 하는 일은 먹고 노는 일과 바로 중세의 도시 릴리풋에 뉴욕의 문화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공주를 사랑하는 평민 총각의 사랑을 이루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찾아 소인국까지 온 달시와 자신의 사랑을 이루면서 영화는 끝난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원작 ‘걸리버 여행기’와 잭 블랙의 ‘걸리버 여행기’는 비교할 수가 없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은 환타지였다면, 영화 ‘걸리버 여행기’는 단순히 잭 블랙을 위한 잭 블랙에 의한 영화이다. 잭 블랙은 기존의 다른 코미디 배우와는 다른 영역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와 어울려도, 성인과 어울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걸리버 여행기’ 역시 그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며, 아이들과 성인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코미디가 되었다. 과장된 슬랩스틱을 하지 않지만 보고나면 슬랩스틱을 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심지어 과격한 이야기 전개마저 잭 블랙에 의존하며 쉽게 수긍하게 된다. 300여년이나 된 누구나 다 아는 소설의 주인공 ‘걸리버’가 잭 블랙을 통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태어난 것이다. 휴머니티와 인간에 대한 신뢰와 배신을 다룬 소설에서 빠져나와 우리는 잭 블랙만 보면 된다.
잭 블랙은 ‘X파일’부터 시작해서 ‘밥로버츠’, ‘화성침공’, ‘데드맨 워킹’,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등에서 단역 활동을 하다가 2000년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통해 주연으로 발탁된다. 그리고 ‘킹콩’, ‘스쿨오브락’, ‘내게 너무 가벼운 당신’, ‘로맨틱 홀리데이’ 등 수많은 영화의 주연을 하게 되며 승승장구한다. 그는 항상 스스로 진지하게 연기를 한다고 한다. 웃음은 언제나 너무 진지한 그의 모습에서 나온다. 그는 현대판 ‘버스터 키튼’이 아닐까 싶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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