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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월간 제73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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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H인의 필독서] 패트릭 웨스트호프의 ‘식량의 경제학’ |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식량 가격 변동
비가 온다. 때 이른 장마다. 장마 전에 텃밭의 감자를 수확해야 하는데 못했다. 한파의 영향으로 파종이 늦었고 6월 초까지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씨가 이어졌기에 하지가 지났지만 감자 캐는 일을 미뤄왔다.
이 장마가 길게 이어진다면 감자는 땅 속에서 썩을 수도 있다. 작년, 날씨 탓에 배추농사를 망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작은 텃밭 하나를 일구면서도 날씨에 신경을 모으게 되니, 큰 농사짓는 농군의 타는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농사 걱정을 하던 중에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식량의 경제학’(패트릭 웨스트호프 지음/ 김화년 옮김/ 지식의 날개 펴냄)이다.
‘식량 가격을 움직이는 7가지 요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저자인 패트릭 웨스트호프는 식량농업정책연구소(FAPRI)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는 식량 가격은 어떤 한 가지 이유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면서 7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바이오 연료의 생산·에너지 가격·국가정책·기후, 기상의 변화·경제 성장과 식습관의 변화·미국 달러의 가치·투기’ 등이다. 이 책에서는 이상의 7가지 요인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한편, 식량 가격 상승 요인을 둘러싼 찬반 입장을 담아냈다. 저자는 각각의 요인이 유기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식량 가격을 형성한다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호주에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감소하면 식량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또,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의 육류 소비가 늘게 되고, 그로 인해 식량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옥수수, 원당, 식물성 기름을 식량 대신 연료로 사용하는 비율이 더 높아지면 식량 가격은 오르게 된다.
여기에서 유추할 수 있는 첫 번째 경험 법칙은 ‘바이오 연료 생산 증가로 인해 식량 가격은 상승한다’이다. 경험 법칙에는 늘 한계가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바이오 연료 생산은 식량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요인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식량 생산량이 충분히 빠르게 증가한다면 바이오 연료 생산이 증가하더라도 식량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소득 수준의 증가로 식량 소비도 증가하게 된다면 바이오 연료 생산량이 감소하더라도 식량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이들 요인과 상관없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인해 식량 가격이 오를 수도 있는데, 중국이 돼지고기 증산을 추진하는 일이 세계 곡물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한 예이다. 중국 근로자의 소득이 높아지자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의 수요가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가격 급등을 대비해 돼지고기 증산 정책을 펼치고 양돈업자가 늘게 된다. 그러자 돼지 사료인 대두박(콩깻묵)의 국제 가격이 64%나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저자는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듯이 식량 가격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면서 ‘미래의 식량 가격 변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은 청중을 현혹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011년 1월 한국의 식품물가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한파와 구제역은 물론 일본의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 등이 국내 농축산물의 수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구제역의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은 40%이상 뛰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니 오르지 않은 것은 월급밖에 없다는 농담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세계 식량 가격도 심상치 않다. 2011년 현재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주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값싼 식량의 종말’을 선언했고 세계식량기구인 월드워치연구소 역시 ‘21세기 인류의 진정한 위협은 핵무기에 의한 전쟁이 아니라 식량 확보를 위한 국가 간의 분쟁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한 바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식량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을 번역한 김화년 박사는 식량 문제가 지속될수록 농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소회를 밝히고 있다.
“농업이 더 이상 낮은 부가가치만을 생산하는 천덕꾸러기 산업이 아니라 앞으로 경제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농업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더욱 우리의 삶을 유지시키는 생명 산업이 될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속담은 이제 ‘농심은 천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식량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며 하늘의 마음이 바로 농민의 마음임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밥상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우리 농업을 지켜내야 한다. 식량의 중요성과 함께 농업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책, ‘식량의 경제학’이야 말로 이 시대에 꼭 읽어야할 필독서이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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