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5-01 월간 제731호> |
|
[시네마&비디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가족이라서 슬프다
|
엄마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고통과 삶의 힘겨움을 사실적으로 뿜어낸다. |
‘가족애’는 눈물을 만들어내기 가장 좋은 요소다. 태어나는 순간 모든 사람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갖는다. 그리고 자라면서 그 울타리 속에 있는 사랑을 느낀다. 모두가 갖고 있는 감정이기에 그만큼 보편적이고 다가가기 쉽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만큼 상업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서양 골동품 과자점 앤티끄’의 민규동 감독의 작품이다. 전작과 어딘가 비슷하기도 하고 어딘가 다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항상 피곤한 가장 의사 아버지와 밥만 찾는 치매 걸린 할머니, 언제나 바쁜 잘나가는 큰 딸, 여자 친구 밖에 모르는 삼수생 아들, 돈에만 매달리는 남동생, 억척같은 그의 아내, 그리고 주인공인 꿈 많은 중년의 아줌마인 엄마의 이야기이다.
여기 등장하는 모든 이는 각자의 문제가 있고 그 문제 때문에 힘들어한다. 아버지는 퇴직을 앞두고 있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엄마를 못살게 군다. 큰딸은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고, 의과를 지망하는 삼수생 아들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그 사이 엄마는 그들의 모든 문제를 녹이며 가족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으며 모두가 새롭게 정착한 새집을 양평에 짓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 사이 등장인물 각자의 문제들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한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에게 닥친 문제가 가장 크고 괴롭다.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던 엄마가 말기 암 선고를 받는다. 그때가 돼서야 가족의 구성원들은 엄마를 돌아본다. 엄마를 이해하고 위하고 싶지만 이제 엄마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노희경’의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민규동 감독의 손에 새롭게 태어났다. 이 작품은 1996년 드라마로도 나왔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그만큼 오래됐고 낡은 이야기지만, 민규동 감독의 손에서 새로운 인물들로 재구성되었다. 각자의 인물들이 현대적으로 각색되어서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를 입었고, 자기 위치에서 눈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훌륭한 역할을 해낸다. 엄마를 비롯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소외되지 않고 각자의 고통과 삶의 힘겨움을 사실적으로 뿜어낸다. 어떤 인물도 버려지지 않고 섬세하게 가공되어서 과거와 현재가 느껴진다.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눈물의 의미를 생각했다. 관객의 눈물을 훔치는 영화는 눈물을 흘리도록 만드는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의 죽음이 가족에게 던져지고 그 상황을 극복하고 엄마를 떠나보는 과정이 결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심장이다. 이 심장이 박자를 맞춰서 다른 기계들의 도움 없이 잘 뛰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다.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이며 눈물을 흘려보자.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