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1 월간 제731호>
[4-H인의 필독서] 윤석중 ‘달 따러 가자’

5월, 어린이 손잡고 달 따러 가보자

꽃그늘 아래 앉아 지친 마음을 비우기 좋은 5월이다. 햇볕도 바람도 풋풋하고 싱그러우니 딱 좋은 시기다. 눈이 새근거릴 만큼 찬란한 햇살 아래서 입안에 넣고 중얼거려보는 말, ‘5월.’
5월하면 가장 먼저 어린이의 해사한 모습이 떠오른다. 왜 그럴까? 연한 연둣빛 어린잎이나 뾰족뾰족 돋아나는 새싹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에게 5월은 어린이의 계절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갈 힘을 지닌 희망의 계절이다. 이처럼 좋은 날, 어린이들은 물론 어린이와 같은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 골라봤다. 바로 윤석중 동시집 ‘달 따러 가자’이다.
많고 많은 동시집 중에서 윤석중의 동시집을 고른 이유는 올해가 윤석중 탄생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1911년, 그것도 5월에 태어난 윤석중은 열세 살 때인 1924년 ‘신소년’지에 동요 ‘봄’을 발표하면서 아동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3년, 생을 마칠 때까지 1200여 편의 동시와 동요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 중 800여 편이 동요로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어린 시절 필자가 자주 불렀던 ‘퐁당퐁당’도 그의 작품이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 냇물아 퍼져라 퍼질대로 퍼져라 / 고운 노래 한마디 들려 달라고 /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 ‘퐁당퐁당’ 전문
현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퐁당퐁당 돌을 던지는 아이의 마음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다. 윤석중은 어린이들에게만큼은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결실로 1932년,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집인 ‘윤석중 동요집’을 출간했다. 그 이듬해인 1933년에는 ‘윤석중 동시집 제1집’이라는 부제를 단, 두 번째 작품집 ‘잃어버린 댕기’를 펴내기도 했다. ‘동시’라는 용어 역시 윤석중이 처음 사용하여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아동문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윤석중의 동시집 ‘달 따러 가자’에는 우리글과 우리말이 지닌 멋을 잘 표현한 작품 56편이 실려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우산’을 비롯해서 앞서 소개한 ‘퐁당퐁당’, ‘기찻길 옆’, ‘산바람 강바람’, ‘맴맴’ 등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동요들이다. 그 중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인 ‘우산’은 읽으면 바로 노래가 된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 파랑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 ‘우산’ 전문
쉬운 말로 씌어져서 곱씹어 읽을수록 흥이 나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좁다란 학교 길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세 친구의 모습, 정겹고 사랑스럽다.
사실 이 작품은 해방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발표됐다. 당시는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가난 등으로 암울한 현실이었지만 그런 모습은 작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동시와 동요를 통해서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와 상상력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던 시인이었기에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지녔다. 동시집 ‘달 따러 가자’에서 가장 마음을 끈 작품이다.
“두 개 두 개 사과 두 개 / 언니 한 개 나 한 개 // 받아 들면 작아 보여 / 자꾸자꾸 바꿉니다 // 두 개 두 개 사과 두 개 / 언니 한 개 나 한 개” - ‘사과 두 개’ 전문
그야말로 천진한 동심을 담고 있다. 사과 두 개를 받아 들고, 언니랑 하나씩 나눴는데 동생은 자기 것이 작은 것만 같아서 바꾸자고 한다. 떼쟁이 동생에게 싫다고 할 법도 한데 언니는 그 사과를 바꿔준다. 참으로 아름다운 정경이다. 또 이런 작품도 있다.
“나비나비 하얀 나비 날아다니다 / 황소뿔에 올라앉아 쉬고 있었네 / 쉬고 있다 고단해서 잠이 들었네 / 소야소야 황소야 꼼짝 말고 있어라”
- ‘나비와 잠자리’ 중 1연
아주 작고 약한 곤충인 나비를 위해, 잠시 참아주는 힘센 황소의 여유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동시를 많이 읽은 어린이는 감성이 풍부하고 지혜롭다고 한다. 함축적이면서도 새로운 비유와 다양한 어휘를 담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니 동시집 펼치기를 망설이지 말라. 사랑하는 자녀에게, 연인에게 그리고 부모님에게 친구에게 윤석중 동시집 ‘달 따러 가자’를 읽어주는 5월, 날마다 평안하기를 기대한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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