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1 월간 제730호>
[시네마&비디오] 파이터

지긋지긋한 가족의 굴레에서 승리하다

‘크리스찬 베일’과 ‘마크윌 버그’의 연기력은 버릴 수 없는 가족의 절실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2011년 아카데미 수상작 중에서 최고의 관심은 ‘파이터’였다. 이유는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의 주인공 ‘크리스찬 베일’이 남우조연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태양의 제국’의 꼬마 배우가 ‘아메리카 사이코’의 킬러를 넘어서 ‘배트맨’의 영웅도 모자라 조연의 자리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무반응 연기만으로 제몫을 해내기로 유명한 ‘마크월 버그’가 주연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파이터’는 10명의 가족과 그 가족을 어깨에 짊어지고 펀치를 날리는 막내 ‘미키 워드’ 그리고 전직 챔피언이지만 실패한 트레이너 ‘디키 에클런드’의 가족이야기이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영화가 시작하고 자막이 올라갈 때 쯤 실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시작에서 보이는 다큐멘터리 화면은 전설적인 챔피언 ‘디키(크리스찬 베일)’가 새롭게 챔피언을 노리는 동생 ‘미키(마크 월버그)’를 트레이닝 시키는 모습이다. 그러나 마약중독자인 ‘디키’ 때문에 ‘미키’의 일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결국 ‘미키’는 경기에서 진다. 7명의 누나와 어머니, 그리고 양아버지와 형까지 10명의 가족을 짊어지고 있던 ‘미키’가 패하면서 가족 내부에 분란이 생긴다. 이때 새롭게 사귄 ‘미키’의 애인 ‘샬린’이 ‘미키’에게 가족을 떠나 라스베가스에서 권투하기를 권유한다. 떠나기로 결심한 ‘미키’의 말을 들은 ‘디키’는 자기가 돈을 구해서 새로운 방식의 훈련을 시켜주겠다며 친구들에게 투자를 빙자하여 돈을 빌리러 다닌다. 그러다 결국 불법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경찰과 싸움이 붙는다. 그 과정에 끼어든 ‘미키’는 손을 크게 다친다. ‘디키’는 감옥에서 ‘미키’의 손에 붕대를 감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이때 ‘디키’는 처음에 찍었던 다큐멘터리가 권투 선수의 삶이 아니라 마약근절 홍보영화였다는 것을 알고 비참해진다. 자신이 ‘마약쟁이’로 묘사된 모습을 아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디키’는 변하기 시작한다. 다른 트레이닝 파트너를 구한 ‘미키’는 승승장구하며 연승가도를 달린다. 감옥에서 ‘디키’가 나오면서 ‘미키’와 새로운 갈등이 시작되는데…….
10명의 가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방황하던 ‘미키’가 가족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챔피언에 다가선다. 하지만 그 속에는 버릴 수 없는 가족의 진실함이 들어있다. 바로 ‘디키’만큼 ‘미키’를 잘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 ‘디키’의 조언대로 상대방을 상대하던 ‘미키’가 승리한다. 가족은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다. 삶이라는 끝없는 투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디키’의 마지막 선택이 ‘미키’를 존중한 것처럼 우리도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에게 굴레가 되지 않아야한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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