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배우들로 차려진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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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시 베니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투어리스트'는 안젤리나 졸리와 죠니 뎁과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
‘투어리스트’는 안젤리나 졸리와 죠니 뎁이 동시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슈퍼스타인 두 사람은 아직까지 한 번도 함께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10년 ‘엔터테이먼트 위클리’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1위와 12위에 올랐다. ‘투어리스트’의 안젤리나 졸리는 ‘툼 레이더’, ‘체인질링’의 전사나 어머니의 이미지 보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캐릭터이다. 조니 뎁은 평범하고 소심한 인물을 연기하지만 그가 언제나 하는 것처럼 어딘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투어리스트’의 매력은 바로 두 인물의 연기와 그 속에 감춰진 내면을 보는 것이다.
영화는 영국과 프랑스의 특수 요원들이 엘리제(안젤리나 졸리)를 감시하면서 시작된다. 세계최고의 범죄자 알렉산더를 잡기 위해 엘리제를 추적하고 있다. 편지 한 장이 엘리제에게 배달되고 감시팀은 혼란에 빠진다. 그 틈을 이용해서 유유히 빠져나온 엘리제는 기차를 탄다. 편지에서 명령한 것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범죄자 알렉산더와 가장 비슷한 남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한다. 그 남자는 프랭크(조니 뎁)이다. 프랭크는 도도하면서 베일에 가려진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급속도로 친해지는 두 사람은 아찔한 키스를 나누고 프랭크는 특수요원들에게 범죄자로 쫓긴다. 그 사이에 알랙산더와 프랭크를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 엘리제.
‘투어리스트’는 모든 감독의 꿈 앨프레드 히치콕 영화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떠올린다. 음모에 빠진 남자, 팜므파탈, 이국적인 배경 등. 하지만 이 영화는 정확하게 프랑스 영화 ‘안소니 짐머’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동일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일반 헐리우드 영화처럼 스피드에만 집착하지 않고 여유롭다.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을 연출한 플로리안 헤넬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연출력이 헐리우드 고전과 유럽 영화의 여유를 불어 넣었다. 유럽의 감수성이 불어 넣어지면서 베니스와 파리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영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특히 200개의 수로와 400개의 다리가 미로처럼 만들어진 아름다운 도시 베니스를 담은 화면은 안젤리나 졸리와 죠니 뎁과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줄거리나 이야기보다는 배경과 인물들의 연기가 중심인 영화이다. 플롯이나 반전 혹은 스릴을 기대하기 보다는 유머와 로맨스, 그리고 인물들의 매력과 아름다운 베니스에 집중해야하는 영화이다. 손에 땀을 쥘 필요 없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녀의 여행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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