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01 월간 제724호>
<시네마&비디오> 무적자

‘영웅본색’보다 더욱 남성적인 영화

홍콩 느와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한국의 시대상황에 맞게 리메이크한 ‘무적자’.

‘무적자’를 보기 전에 ‘영웅본색’을 봐야한다. 만약 ‘무적자’를 먼저 봤다면, 그 후에라도 ‘영웅본색’을 봐야한다. 리메이크를 하는데 시대적 배경과 감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볼 수 있다. 1980년대 ‘영웅본색’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다는 불안감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홍콩인들의 불안감을 허무주의 속에 녹여냈다. 2010년 ‘무적자’는 어떤 시대적 감성을 담고 있는가?
동생을 북한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내려온 혁(주진모)은 그 일로 항상 가슴 아파한다. 혁은 부산에 정착해 무기밀매 조직의 보스가 된다.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탈북자 영춘(송승헌)도 혁과 함께 동남아를 누비며 조직을 이끌어간다. 조직이 점점 커가면서 심부름꾼에 불과하던 태민(조한선)의 배신으로 혁은 태국 감옥에 수감되고, 복수에 나섰던 영춘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절름발이가 된다.
혁의 동생 철(김강우)은 뒤늦게 탈북에 성공해 한국에서 경찰이 되지만, 범죄자 형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신분 마저 위태롭게 된다. 가족과 자신을 버리고 탈출한 형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지면서 철은 점점 형을 증오하게 된다.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상황을 한국적 상황으로 옮기는 데에 성공한 듯 보인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갈등하는 ‘영웅본색’의 상황을 ‘무적자’는 탈북이라는 상황으로 옮겼다. 형이 어머니와 동생을 두고 떠나온 것이 바로 혁과 철의 주된 갈등의 모티브다. 훈훈한 형제의 감정으로 시작하는 ‘영웅본색’과 달리 ‘무적자’는 처음부터 분노의 감정을 설정한다. 그리고 혁은 철을 잡기 위해서 동분서주한다.
두 영화를 비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들이다. 주진모가 적룡, 김강우가 장국영, 송승헌이 주윤발, 조한선이 이자웅이다. 일단 여기서 원작 ‘영웅본색’을 뛰어넘긴 어렵다. 기본적으로 ‘영웅본색’의 배우들은 산주수전을 모두 겪은 인물들로, 삶의 우수와 고통이 묻어나는 힘겨운 시기를 경험했다. 이미 기조에서 두 영화는 다른 선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적 정서를 불어 넣기 위해서 탈북이라는 한국적 소재를 집어넣었다. 부산과 탈북, 배우가 ‘영웅본색’과 ‘무적자’의 차이를 만든다.
리메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의 정신과 등장인물의 성격이다. 그리고 그것을 조율하는 것은 바로 감독의 몫이다. ‘무적자’를 만든 송해성 감독은 ‘영웅본색’처럼 지나친 멜로 감정을 유지하는 것을 바라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남자들의 감정에 중심을 둔다. ‘무적자’는 ‘영웅본색’보다 더 남성적인 영화로 변했다. ‘영웅본색’을 지우고 영화를 본다면 잘 만들어진 남자 멜로 영화로 보일 듯싶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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