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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1 월간 제72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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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사이야기> 4-H한마음반 |
김 유 진 전북 정읍시 보성초등학교
정읍으로 발령이 나서 와보니 초등학교에는 4-H가 없었다. 사실 나도 초임발령지인 순창에서 4-H를 알게 되었는데, 그 후로 4-H는 교직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학교4-H는 찾고 찾았던 보물을 집에 돌아가다가 만난 격이었다. 그동안 봉사활동이나 문화체험활동, 수련활동 등 여러 가지 단체 생활을 경험하게 함으로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었다. 그래서 여러 청소년 단체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기본 이념이나 교사교육, 단체 활동의 틀이 너무 획일적인 듯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옷을 입을 것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4-H회는 지·덕·노·체의 이념 아래 전인적인 활동을 추구하고 지역4-H본부와 농업기술센터의 적극적인 후원까지 해준다고 했다. 더구나 열심히 참여하면 장학금이나 졸업선물, 과제교육 작품 등 학생들의 생활에 실제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굉장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4-H회를 알게 된 이후로 매년 나에게 맡겨지는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가 4-H회에 가입하게 되었다. 또한 ‘4-H한마음반’이란 이름으로 학원비가 없어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무료공부방을 밤 9시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이 시간에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교과보충학습을 기본으로 동판공예, 소품 만들기 등의 창작공예활동과 오페라나 연극 관람 등의 문화체험 활동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또한 학교주변 화단 만들기와 마을꽃길 조성을 기본으로 척박한 초등학교 교실에 미니화단을 만들어 꾸미고 우리 아이들과 직접 잡은 물고기를 꽃밭과 함께 길러보는 참신한 활동들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주변의 요양원과 고아원, 자식들에게도 소외된 독거노인들을 방문하여 자신들이 바자회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으로 잔치를 벌여 장기자랑과 봉사활동 등을 감당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평소 학교에서 공부하라고 하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그 아이들인가 싶었다. 시험에 찌들어 ‘공부, 공부’하는 말만 듣다보니 늘 수동적으로 살아가던 아이들에게 4-H활동은 정말 더운 날의 냉수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홀로 사시는 할머니 집에 도배를 해주겠다고 학급비를 모아 벽지와 풀을 사들고 열심히 봉사하는 아이들의 땀방울에 비록 전문가의 솜씨는 아니지만 할머니께서 “너희 덕분에 올겨울 따뜻하게 나겠다.” 하신 말씀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또 매달 청소해주던 집 할아버지께서 엊그제 돌아가셨다는 말씀에 공부도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눈물만 글썽이던 아이들의 순수함에 나도 목이 메일 때도 있다. “처음에는 냄새나는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는 것이 싫었는데 억지로 청소하다보니 이젠 어느 정도 정이 들었는데 돌아가셨다니 정말 너무 슬프고 후회가 된다. 부모님께도 살아계실 때 효도해야겠다.”는 한 녀석의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게 4-H를 통한 다양한 활동은 우리 아이들을 변화시켰고, 또 나를 변화시켰다. 안타까운 것은 초등학교에서는 아직도 4-H를 모르는 교사들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4-H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4-H한마음반 아이들은 여느 4-H단체들과 조금 다른 활동을 하고 있다. 바로 ‘할머니 한글 교실’이다. 우리 반이 주체가 되어 우리동네 할머니들과 이웃할머니들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한글 교실은 글을 모르시는 할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쳐 드리는 활동이다.
물론 정교사는 내가 담당하지만 아이들도 저마다 할머니 한 분씩을 맡아 지도(?)하고 있다. 가끔은 반에서 늘 꼴등하는 아이가 글자를 헷갈려하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그것도 몰라요. 방금 전에 알려드렸잖아요.” 하는 소리를 들으며 뒤돌아서서 웃음짓곤 한다. “실천으로 배우자”는 4-H의 기본정신이 우리 아이들 뼛속 깊이 스며들어 우리 학교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큰 일꾼으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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