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1 월간 제722호>
<시네마&비디오> 인셉션
꿈속의 꿈, 무의식의 바닥을 헤매다

무의식 속에 잠재된 생각을 꿈속에 잠입해 바꿀 수 있다는 설정은 새로운 충격을 줬다.
‘인셉션’은 꿈과 기억이라는 무의식적인 요소를 다룬다는 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기작 ‘메멘토’를 떠올린다. ‘메멘토’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토막 난 기억을 맞춰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기억이란 한 순간만 어긋나도 참과 거짓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주인공은 와이프를 죽이고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와이프를 죽인 범인을 찾는다. ‘인셉션’은 바로 그 기억의 한 부분을 꿈속에 잠입해서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설정은 꿈속의 꿈에 대한 부분이다. 꿈속의 꿈, 그리고 그 꿈속의 꿈에 대해서 영화는 말하고 있다. 현실과 꿈의 경계, 그리고 꿈속의 꿈과 꿈의 경계, 또 한 단계 더 내려간 꿈속의 꿈의 경계를 언급한다. 그 경계를 뚫고 내려가면 현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깊은 무의식이 있다.
간단한 기계장치로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서 아이디어를 훔쳐낼 수 있는 미래의 세상.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꿈을 지켜주기도 하고 침입하기도 하는 프로그래머이다. 일본인 사업가 사이토(와타나베 켄)는 거대 합병 기업의 총수가 될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속에 들어가 기업 합병을 막으라는 제안을 돔 코브에게 한다. 사이토는 아내의 살해범으로 몰리고 있는 코브의 죄를 없애 주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코브는 사토의 제안을 수락한다. 코브는 피셔의 무의식속에 잠재된 생각을 바뀌기 위해서 꿈속의 꿈, 그리고 그 안의 꿈으로 들어간다.
중대한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물의 더 깊은 무의식을 건드려야한다는 설정 때문에 꿈속의 꿈이 나온다. 바로 이 부분이 ‘인셉션’에서 많은 이미지의 즐거움들을 선사한다.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꿈속에 다른 파수꾼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2개의 시간축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실과 꿈과 꿈속이 꿈, 그리고 꿈속의 꿈의 꿈. 이렇게 4개의 시간축이 영화 속에 나올 수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현실의 한 시간이 꿈속에서는 하루고 또 꿈속의 꿈에서는 일주일로 변한다. 이런 시간의 차이 때문에 재밌는 이미지들이 만들어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이미지는 ‘매트릭스’가 줬던 충격만큼이나 강렬하다. 4개의 꿈의 공간이 동시에 교차편집 되면서 가장 내부에 있는 꿈의 시간에 영화의 시간을 맞춘다. 가장 깊숙한 꿈에서 하루 종일 전투를 하는 상황이 가장 얕은 층위의 꿈에서는 다리에서 차가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과 맞먹는다. 얕은 층위의 꿈에서는 무중력 상태의 액션씬이 벌어질 수 있다.
〈인셉션〉에는 새로움의 충격이 있다. 하지만 그 충격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조화가 무너진다. 감독의 과한 욕심이 영화의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을 앗아간다.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볼 수 있는 여유와 사색의 시간을 줬다면 ‘매트릭스’같은 영화사에 남을 명작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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