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1 월간 제718호>
<시네마&비디오> 키사라기 미키짱

작지만 행복한 아이돌

<일본의 연기자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반전이 놀라운 '키사라기 미키짱'>
블록버스터들 속에서 그냥 사라져버린 영화들이 많다. 극장 한 곳에서 하루 정도 상영하고 내리는 영화들, 바로 독립영화 혹은 인디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다. 그 영화 중 놓칠 수 없는 영화 한 편이 개봉을 했다. 바로 ‘키사라기 미키짱’이다. 아이돌이 TV를 장악하고 있고 수많은 어린 팬들의 이유 없이 추종을 받는 시대, 아이돌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의 자살 1주년이 되는 날, 팬들이 모여서 추도식을 거행한다. 경찰인 ‘이에모토’(오구리 순), 팬시점 직원 ‘스네이크’(고이데 게이스케), ‘오다유지’(유스케 산타마리아), 시골 출신 농부 ‘야스오’(쓰카지 무가), 딸기소녀 (가가와 데루유키)가 모인다.
연기나 노래 모두 재능이 없었던 키사라기 미키는 딱히 죽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헤어누드집 출간을 앞두고 자살한 미키. 그리고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모여든 인터넷 팬클럽의 회원들.
처음엔 화기애애하지만 점점 오다유지가 카사라기 미키의 자살이 타살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한다. 묘하게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키사라기 미키와 각별한 사이였던 것이다. 한 인물 한 인물이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반전이 생긴다.
처음에 연극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처럼 영화는 한 장소에서만 사건이 일어난다. ‘라이프 보트’, ‘12인의 성난 사람들’처럼 한 공간에서 2시간 가량을 조여 오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냈다. 훌륭한 플롯과 일본 내에서 대스타라고 불리는 배우들의 연기가 지루해질 시간을 만들지 않는다. ‘키사라기 미키짱’은 영화 내내 자그마한 두뇌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의미 없이 이야기했을 법한 단서들이 영화가 끝나가면서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영화는 반전으로만 끝나지 않고 현대의 아이돌의 의미를 정립까지 해낸다. 책임감 없고 스타의 의미마저도 모르는 현대의 아이돌에게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언가를 은근하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작은 추리극처럼 보이던 영화는 보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특히 끝없이 궁금하게 했던 키사라기 미키짱의 모습을 마지막에 보여주면서 관객마저 키사라기 미키짱의 팬이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은 영화는 작은 영화 나름으로 매력이 있다. 큰 영화가 많은 돈을 들여서 여러 극장에서 상영하고 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작은 영화는 소수의 관객들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키사라기 미키짱’은 소소하고 평범한 관객들을 진심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작은 영화이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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