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1 월간 제718호>
<4-H인의 필독서> 꽃들에게 희망을

진정한 자아 발견하기 위한 애벌레의 몸부림

때 아닌 눈발이 날려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꽃은 피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그리고 나비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 때, 환하고 아른한 햇빛 속을 팔랑거리며 날아오르는 노랑나비를 발견하면 참 기분이 좋다. 나를 행복하게 하던 그 노랑나비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트리나 폴러스가 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은 1972년 처음 출간된 이래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된다. 그 후 여러 차례 읽었고, 그 때마다 깊고 진한 감동을 받았다.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일까?’ ‘삶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를 통해 그 답을 알려준다. 우리의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애벌레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작은 호랑 애벌레 한 마리가 보금자리가 되어 준 알을 깨고 태어나서 나뭇잎을 갉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몸이 자꾸만 커지던 호랑 애벌레는 먹는 일을 멈추고 생각했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이런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해. 그저 먹고 자라기만 하는 건 따분해.”
이런 생각을 갖게 된 호랑 애벌레는 그늘과 먹이를 제공해 준 나무에서 기어 내려온다. 세상은 온갖 새로운 것으로 호랑 애벌레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 이상의 것을 찾고 있던 호랑 애벌레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한다.
어느 날 호랑 애벌레는 바삐 기어가고 있는 애벌레 떼를 보게 된다. 그들은 거대한 애벌레 기둥을 향하고 있었고 수많은 애벌레들이 기둥 꼭대기에 오르려고 애썼다. 기둥 꼭대기는 구름에 가려 있어서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애벌레 기둥을 발견한 후 호랑 애벌레는 ‘새봄에 물이 오르는 나무처럼 새로운 흥분을 느끼’고 기둥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산더미 같은 애벌레들 틈에 들어가서 처음 얼마 동안은 충격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떠밀리고 채이고 밟혔다. 이제 애벌레들은 친구가 아니었다. 위협이었으며 장애물이었다. 호랑 애벌레는 그 장애물을 디딤돌로 삼고 위협을 기회로 바꿨다. 남을 딛고 올라서야 한다는 생각은 실로 큰 도움이 되었고, 호랑 애벌레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다른 애벌레를 밟고 올라서야만 살 수 있는 끔직한 상황 속에서 가끔은 불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호랑 애벌레의 마음을 괴롭히곤 했다. 그 그림자는 종종 이렇게 물었다.
“꼭대기에는 뭐가 있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그림자의 속삭임에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지르던 순간, 호랑 애벌레는 노랑 애벌레를 만난다. 둘은 따스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기둥에서 빠져나온다. 둘은 풀밭에서 신나게 놀며 파릇한 풀을 마음껏 뜯어 먹었다. 그리고 서로 사랑했다. 둘은 남과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랑은 시들해졌고 호랑 애벌레는 ‘이게 삶의 전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또다시 애벌레 기둥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길을 떠난다.
올라가는 것만이 꼭 높은 곳에 이르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 노랑 애벌레는 호랑 애벌레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혼자 남는다. 그리고 혼자 남은 노랑 애벌레는 늙은 애벌레를 만나 나비에 대해 알게 된다.
“나비는 미래의 네 모습일 수도 있단다. 나비는 아름다운 날개로 날아다니면서 땅과 하늘을 연결시켜주지.”
노랑 애벌레는 꿈을 이뤄 노랑나비가 된다. 그리고 호랑 애벌레를 찾아간다. 애벌레 기둥 꼭대기에서 그곳에 아무 것도 없다는 비밀을 알게 되어 절망에 빠져 있던 호랑 애벌레 앞에 노랑나비가 나타난다. 노랑나비를 본 호랑 애벌레는 기어오르지 않고 날아서 기둥 끝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노랑나비는 호랑 애벌레에게 나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호랑 애벌레 역시 나비가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난다. 아니, 새롭게 시작된다. 애벌레 기둥을 오르던 그 수많은 애벌레들이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를 짓는 것으로.
이 새 봄에 진정한 자아를 찾고 싶다면, 혹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읽어도, 청소년이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정진아 /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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