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지 은 회원〈경북 칠곡군 장곡중학교4-H회〉
“도산서원. 안 가도 되는데.”
도산서원 탐방을 주제로 백일장은 연다는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도산서원이라면 초등학생 때 현장체험학습장소로 많이 가보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씨도 추워서 밖에 나가기가 정말 싫었다.
버스에 올라타고 생각해보니 너무 어릴 적에 갔던 곳이라서 그런지 생각해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이참에 도산서원이 어떤 곳인지 확실히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가이드선생님이 먼저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나는 1조가 되어 도산서원을 둘러보게 되었다. 어제 비가 와서 땅이 질퍽질퍽한 게 꼭 피곤해 축 늘어진 내 몸 같았지만 힘을 내서 씩씩하게 걸어들어 갔다.
가이드선생님의 설명이 시작되고 난 더 잘 듣기 위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사각형의 한 비석이 보였다. 그 비석은 공자와 맹자의 77대 종손이 새긴 것이었다. 내가 앞에서 직접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놀라웠다.
다음으로 본 것은 천광운영대라는 곳으로 퇴계 이황이 처음 현장한 곳이라고 했다. 가이드선생님은 ‘솔개는 하늘에서 놀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노네’라는 말을 알려주시며 이 말은 ‘시경’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셨다. 또 운영대는 빛과 고름그림자가 함께 돌고 돈다고 한다. 그 말씀을 마친 가이드선생님은 내가 서 있는 길을 가리키며 지금 이 길이 퇴계 이황 선생의 산책로라고 하셨다. 내가 서 있는 곳에 퇴계 이황 선생이 서있으셨다고 생각하니 하찮은 길이라고 생각하던 그 길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걸어들어가니 ‘시사단’이라는 곳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정조임금께서 퇴계 이황 선생의 인간미를 알게 되어 이황 선생의 훌륭한 유덕을 추모하기 위해 자신의 제물로 제사를 지내고, 바로 다음날 3년마다 치렀던 과거를 치렀다고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의 인간성이 얼마나 훌륭했으면 임금이 와서 임금의 제물로 제사를 드리고 과거까지 치렀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도 잠시, 임금은 거기서 과거를 치러 영남의 인재를 자신의 옆에 두려는 속셈이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을까? 말은 퇴계 이황 선생의 유덕을 추모한다고 했지만, 속뜻은 전혀 다른 것에 있었다니, 임금의 속뜻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 다음으로는 이황 선생이 제자와 함께 있던 서당과 기숙사, 식당을 보게 되었다. 이곳은 두 스님의 도움으로 4년만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먼저 도산서당은 퇴계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며, 그곳에서 거처하시던 방은 ‘완락재’, 그 옆의 마루는 ‘암석헌’이라는 곳이었다. 도산서당의 문은 싸리로 되어 있었는데, 이는 퇴계 이황 선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문이기 때문에 수리를 해도 다른 재료가 아닌 싸리를 사용한다고 하셨다. 싸리로 된 문을 보니 이황 선생의 검소한 정신이 강하게 느껴졌다.
다음은 정우당이라는 곳이었다. 이황 선생은 군자라는 연꽃을 심어 정우당이라고 지었단다. 연꽃은 진흙에 살면서도 몸을 더럽히지 않고 속은 비고 줄기는 곧아서 남을 의지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맑다고 한다. 이것을 보고 ‘이황 선생이 연꽃을 심은 이유는 제자들에게 연꽃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이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은 광명실이라는 곳을 볼 수 있었다. 광명은 많은 책이 서광을 비춰준다는 뜻이었고, 광명실은 책을 보관하는 서고였다. 현판은 퇴계 선생의 친필로 동·서로 나뉘어 있었고, 습해를 방지하기 위해 누각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보니 도산서원의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던 동·서재를 볼 수 있었고, 그 바로 위에는 도산서원 전교당이라는 퇴계 이황 선생을 추모하는 곳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보물 제210호였으며, 도산서원의 강당에 해당되는 곳이라고 한다. 이 도산서원 전교당의 천장에는 많은 글들이 붙어있었는데, 이 내용은 ‘가려서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도산서원의 내부를 관람하고 내려오는 길에 유물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성학십도라는 것이 있었다. 성학십도는 유교철학의 주요체계 10가지를 도식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퇴계 이황 선생이 68세 때 작성하여 선조대왕에게 올린 것이라고 한다. 그 외에 유물전시관에는 이황 선생과 관련된 여러 유물들이 있었다.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니 내 손에 메모가 되어 있는 종이가 쥐어져 있었다. 처음 올 때는 아무 것도 적히지 않은 백지였는데, 돌아갈 때는 많은 정보를 얻어 가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그리고 퇴계 이황 선생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너무 뜻 깊은 일이었다.
나의 꿈은 선생님이다. 이런 퇴계 이황 선생의 지혜로움과 검소함을 본받아 훌륭한 선생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동생, 가족들에게 도산서원을 알려주고 함께 가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