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1 월간 제717호>
<시네마&비디오> 의형제

한국형 버디 무비

남자 두 사람이 콤비로 출연하는 영화를 버디 영화라고 한다. 헐리웃 영화에서는 흔하고 전형적인 장르 영화지만 충무로에서는 많이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다.
‘영화는 영화다’로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영화를 연출했던 장훈 감독이 새로운 버디 영화를 내 놓았다.
두 남자. 국정원에서 파면당한 한규(송강호)와 북에서 버림받은 공작원 지원(강동원)은 모두 국가에서 버림받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남과 북이라는, 혹은 국정원과 공작원이라는 절대 합치될 수 없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두 인물은 자기의 자리를 다시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를 희생양으로 삼아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유혹을 느끼면서 움직이다가 어느 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필요불가결한 존재가 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 영화의 끝없는 매력은 바로 두 사람이 함께 일치되기를 관객이 감정적으로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장한 드라마의 엔딩은 현실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의형제’의 새로움은 ‘쉬리’와 ‘태풍’처럼 대단한 물량을 퍼붓지도 않고, ‘웰컴 투 동막골’처럼 따뜻한 화해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들이 적당히 섞이고 고독한 두 남자의 현실을 코미디와 비극으로 일구어낸다. 그리고 우리에게서 멀어져 있을 것 같은 소재를 현실 속으로 녹여내기 위해서 새로운 장소를 찾아낸다. 바로 우리의 주변에서 액션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내부순환로, 남가좌동 주택가, 동호대교 근처, 종로의 뒷골목 등을 액션화면에 담아낸다. 한번도 우리나라 액션영화에서 본적이 없는 곳이다. 그리고 두 남자가 서로의 감정을 나눌 때는 우리가 보기 힘든 서정적인 장소를 잡아낸다. 시골 농촌, 외국인 노동자 부두 등이 그곳이다.
여기서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여러 가지 장르가 혼합되면서 결코 심각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6년 전 설정은 르와르 영화처럼 무겁지만 현실로 다가오면 코미디영화처럼 밝고 경쾌하다. 그리고 엔딩으로 다가가면서는 드라마로써 무게감을 갖는다.
우리나라식의 장르 영화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의형제’는 그 장르 영화들의 한국적 조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장르적 혼합을 통한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버스터 영화나 스파이 영화가 가질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있다. 무거운 것을 무겁게 풀지 않고 가벼운 것을 가볍게 풀지 않는 새롭고 재기발랄한 화법과 스타일이다. 하지만 형식적인 면에만 치우치지 않고 남북관계의 무거운 내용을 사내들의 의리와 가벼운 코미디로 표현해낸다. 그러면서 우리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 살고 있다는 슬픈 현실을 느끼게 한다. 〈손광수 / 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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