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다 송 회원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4-H회)
나는 산골이라고 알려진 강원도 중에서도 산골이라고 불리는 홍천군 내면 방내리가 고향이신 아버지와 제주도 한동이 고향이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분은 고향이 시골일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셔서 육류보다는 채소를 더 많이 먹고 자라셨다. 그런 부모님의 입맛을 쏙 빼닮았는지 남들은 아침식사를 토스트나 우유 한 잔으로 대신한다지만 나는 꼭 밥을 먹고 등교를 한다. 한국인은 밥 힘으로 산다는데 하루의 시작을 빵이나 우유로 어떻게 대신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밥을 챙겨 먹는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신경이 예민해지는 시험기간에는 속이 불편할 때도 있고, 밥맛이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어머니께서는 마즙을 챙겨주시곤 했다. 끈적끈적 해서 옷이나 손에 묻으면 곤란하지만 꿀을 넣고 만든 엄마표 마즙이라 그런지 달콤하고 우유나 빵 보단 속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매일 아침을 챙겨 먹을 뿐 아니라 부모님을 따라 어릴 적부터 고들빼기, 두릅, 더덕 등 요즘 아이들이 꺼려하는 음식들도 즐겨 먹어왔다. 또한 육류나 생선도 좋아해서 식사 때에는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다. 편식을 하지 않고 골고루 먹어서인지 이제껏 아토피와 같은 질병에 걸려본 적이 없고 비만 걱정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서양의 패스트푸드나 육식 위주의 식습관에 익숙해져 있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나는 건강을 걱정하는 그들에게 피자보단 김치부침개와 해물전을, 스테이크보단 기름기 쫙 뺀 수육, 비스켓이나 쿠키보다는 천연 꿀로 만든 한과나 달콤한 곶감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밖에도 서양의 기름진 음식들보다 영양, 맛, 모양 어느 것 하나도 뒤지지 않는 우리 음식들이 너무나 많은데 모두 소개해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수한 우리 음식의 가치를 우리나라 사람들조차 몰라준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여러 나라 음식의 장점을 우리 음식에 보충해서 알리고,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게 한다면, 그에 따라 우리 농가에도 희망이 생기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한국인만큼 농가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나라로, 그 탄탄함이 퍼져 결국 한국이라는 나라가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우선 음식의 재료인 농수산물의 질이 향상되어야 한다. 농산물의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유기농법으로 키운 농수산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소비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웰빙 붐이 불고 있는 외국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처럼 유기농법을 이용한 농산물은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특허를 내거나 브랜드화 시키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미 김치 같은 경우는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에게 ‘아시아 음식은 비슷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바꾼 음식이며 전혀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발견한 느낌’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혔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음식에 대한 큰 관심에 비해 한국 음식점이 턱없이 부족하고 한국 음식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 맛이 한국에서 느끼는 맛과 많은 차이가 있는 등 보강해야할 점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한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점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여 우리의 맛을 낼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을 만들어 수출하거나 외국에 있는 한국음식점의 맛과 질을 점검하고 후원하며 체인점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한다면 우리 음식, 우리 농산물에도 한류라는 말이 따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농산물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 식(食) 데이’를 많이 알리는 것 또한 우리 농수산물이나 한식에 재미와 호기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식 데이’란 우리나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그 날 하루만큼은 우리 농수축산물을 먹자는 취지로 만든 날로 젊은 사람들에게 흔히 알려진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처럼 3월 3일 삼겹살 데이부터 11월 11일 가래떡 데이를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조금은 친근한 방법으로 다가가다 보면 청소년층과 한국인들 뿐 아니라 세계인에게 우리농수산물을 각인시킬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우리 농산물보다 수입 농산물이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사먹을 것이 아니라, 품질과 우리 건강을 생각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뿌리인 농촌이 말라가고 있음을 생각하며, 우리 것은 우리가 즐기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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