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1 격주간 제641호>
한국4-H운동, 반드시 활성화시켜내자

김 준 기 (한국4-H본부 회장)

나는 지난 2월28일 한국4-H본부 정기총회에서 지난 60여년의 한국4-H운동 사상 처음으로 민주적인 선거 절차를 통해서, 그것도 4-H인으로서는 최초로 한국4-H본부 회장으로 선출되어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말은 비상근 회장이지만 늘 상근하며 바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벌써 9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이 지면을 통해 4-H본부 회장 자격으로서보다, 4-H운동을 함께 해온 4-H인의 한사람으로서 앞으로 한국4-H운동의 전개방향과 구체적인 추진활동에 많은 의견을 나누며 4-H인들의 애정 어린 조언과 협력을 당부 드리고자 한다. 많은 분들이 나에 대한 기대와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염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4-H본부의 정체성과 향후 운동방향, 그리고 4-H운동에 대한 소신을 이 시점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는 점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지금은 4-H운동의 과도기적 상황

첫째는 우리 한국4-H운동이 자주적이고 자립적이며 민주적인 민간청소년 4-H사회교육운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4-H운동은 정부(농촌지도기관)의 주도 아래 농촌청소년지도사업으로 추진되어온 ‘4-H사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명실 공히 ‘4-H인에 의한 4-H인의 4-H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과도기적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4-H본부는 청소년을 주체로 한 청소년 중심의 청소년4-H교육운동체로 그 정체성과 위상을 확고하게 정착시켜야 한다. 이것은 우리 4-H인 모두의 사명이요 시대적 과제이며 반드시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둘째는 한국4-H운동이 중앙집권적 중앙중심의 체제에서 시·군·도 단위 지역현장중심의 운동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금 아니 미래사회는 지방분권시대이며 셋방화(글로칼리제이션)시대, 그리고 다양화와 민주화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그야말로 지역4-H인들에 의한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4-H운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역단위 4-H운동본부를 건설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4-H인의 모든 역량과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이와 같이 새로이 4-H운동을 올곧고 강고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부의 내부역량을 제고하고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4-H운동이념을 확산하고 현장 4-H회를 실제로 지도 및 지원할 수 있는 능력있는 4-H운동가를 발굴 양성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민간4-H운동체로서 자주·자립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 및 확대하여 재정자립을 꾀해 나가야 한다. 가령 ‘4-H운동재단’을 설립하여 재정적 뒷받침을 하도록 하는 일 등이다.

지역4-H활성화로 4-H운동 되살려야

4-H출신 선후배를 비롯한 4-H인들께 감히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우리는 지난 60여 년 동안 ‘살기 좋은 우리 농촌 우리 힘으로, 빛나는 흙의 문화 우리 손으로…’를 그 얼마나 외쳤는가? 그런데 오늘의 농촌과 농업, 농민의 현실은 어떠한가? 요즈음 4-H하면 지금도 4-H가 있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우리 4-H운동이 휴면·정체의 도를 넘어 죽어 없어진 실정이지 않은가? 그 많던 마을 단위 4-H, 마을 어귀마다 세웠던 4-H안내판은 어디로 가고 없어진지 오래이지 않은가? 이러한 현실에서 4-H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마땅한가? 그냥 남의 일로 치부하고 먼 산에 불 보듯 하려는가? 시대를 탓하며 발뺌을 하려는가?
4-H인이라면 누구나 결코 그럴 수는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지금도 가끔 우리들은 ‘나도 4-H출신이야’라고 자랑을 하지 않는가? 그리고 또 우리들은 4-H생활을 통해서 성장하였고 4-H를 통해서 나름대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고 자리를 잡았고 살만 하지 않은가? 4-H출신으로서가 아니라 올곧은 4-H인으로 거듭나서 한국4-H운동을 되살려내야 할 것이다. 기필코 4-H를 회생시키고 부활시켜 활성화시켜 내야 한다. 단순한 애착과 애정 만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자기 지역과 현장에서 4-H청소년교육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새로이 헌신하고 열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농촌에 청소년이 없는데 지금 무슨 4-H운동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영농 4-H회원이래야 시·군단위에서 20~30여명 밖에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야말로 ‘농촌을 지킬 젊은이가 없는데…’ ‘농사지을 청년이 없는데…’ ‘기껏해야 나이 드신 노인들뿐인데…’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농촌·농업을 방기하고 포기해야 하겠는가? 아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다. 지금 초·중·고등학교 4-H회가 1천700여개가 있으며, 학생4-H회원이 무려 7만여 명이나 된다.
이들 청소년에게 4-H이념에 입각한 지육, 덕육, 노(기와 예)육, 체육으로 4육1체(四育一體)된 온전한 인간교육(全人敎育)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황폐화된 농촌과 자연환경을 되살려내고 지키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흙의 문화를 지키고 유지하며, 이웃(농민)을 사랑하는 올곧은 청소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조국과 민족의 미래를 책임지고 살아갈 지도자와 역군을 길러 내야하고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선배가 4-H청소년교육운동을 펼쳐야 한다.
또한 1년에 200여명의 한국농업전문학교 출신 후배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 젊은이들을 ‘영농 후계자’로 ‘농촌 지킴이’와 ‘4-H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신경을 쓰고 이끌어 주고 밀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4-H인들의 역할 막중한 시기

선배 4-H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기회는 많이 있다. 민간4-H운동의 주체인 ‘한국4-H본부’는 물론이고 앞으로 조직이 확대 확장될 시·군·도 단위 ‘지역4-H운동본부’를 통해서 참여와 지원 및 협력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질 것이다. 미래의 농촌·농업 지킴이, 자연과 인간을 사랑하는 청소년이 될 수 있게끔 내 고장 내 지역 청소년4-H운동을 재기, 재생, 부활, 성장, 발전시켜 나가자. 애정을 기초로 남은 열의와 정력을 다시 한 번 더 쏟아 보자.
농사 중에 자식농사, 사람농사만큼 보람 있고 중요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남은 인생은 옛날을 생각하며, 우리들의 손자이고 자식이며 오늘과 내일의 주역인 청소년 4-H회원들을 위해, 아니면 내일의 농촌·농업을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머리와 지혜가 있는 사람은 지혜로, 그것이 안되면 마음으로 되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4-H어른과 선배 원로로 대우받고 존경받는 4-H인이 되도록 하자. 받기를 바라고 기다리기 전에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4-H인이 되도록 솔선하자. 나 또한 여러분의 기대에 못지않게 나의 모든 지혜와 정력을 쏟을 것이다. 우리 함께 4-H인에 의한 4-H인의 4-H운동을 청소년 4-H회원들을 위해 힘 모아 전개해 나가자.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제1회 학생4-H 과제발표대회 수상자 명단
다음기사   학교4-H회 활성화 공감대 확인한 자리마련